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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라이프] 돌밥돌밥의 나날… 밀키트가 냉장고 꽉 채웠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옮겨가던 유통 패러다임의 대이동은 코로나19가 겹치며 더욱 속도가 붙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10월까지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30조583억원에 이르렀다.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던 2019년 온라인 쇼핑 거래액(134조5830억원) 수준까지 10개월 만에 도달한 것이다.

‘손안의 쇼핑’은 일상이 됐다. 스마트폰 하나로 언제 어디서든 주문부터 결제까지 해결이 가능해졌다. 집 근처 마트를 가는 대신 스마트폰으로 시장을 보고, 카페에서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는 대신 집에 커피 머신을 갖춰놓는 사람들이 늘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바꾼 ‘뉴 노멀’에 적응하기 위해 소비자들은 어떤 것들을 더 많이 사고, 자주 샀을까. 이커머스 업계의 매출 추이를 살펴보면서 바뀐 소비 트렌드를 분석했다. 코로나19 대유행도 당분산 지속될 것으로 보여 ‘비대면 경제의 생활화’가 바꿔놓은 트렌드 변화는 새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식(食): 아침부터 야식까지 ‘집에서’

중학생 자녀를 둔 주부 최지윤(45)씨는 2020년을 ‘집에서 가장 밥을 많이 먹은 해’로 꼽았다. 아이는 학교에 안 가는 날이 더 많았고 남편의 재택근무까지 겹치며 세 끼 밥상을 차려야 했다. 한창 잘 먹는 10대 아이를 키우다 보니 냉동실은 간식과 간편식으로 늘 꽉 찼다. ‘집콕’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야식을 먹는 날이 늘었다. 최씨는 “밥 먹고 돌아서면 밥하고, 돌아서면 밥하는 ‘돌밥돌밥’의 나날이었다”며 “유기농 식재료만 고집하던 때도 있었는데, 집에서 세끼를 다 해결해야 하니 온라인으로 주문한 밀키트나 가공식품으로 대신하는 날도 많았다”고 말했다.

최씨 사례가 낯설지 않은 이들이 많을 테다. 거래액 규모로 국내 1위인 네이버가 지난해 1~11월 스마트 스토어에서 판매된 상품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모든 상품 카테고리 가운데 식품 부문의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 89%)이 가장 높았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판매된 식품 카테고리 가운데 가정간편식(HMR), 밀키트 제품은 2019년보다 2배 가까이 팔렸다. 야식 수요가 늘면서 안주나 주류 관련 상품 판매는 2.5배 이상 증가했고, 과자나 아이스크림 판매도 배 이상 늘었다. 반면 외식상품권이나 음료·베이커리 교환권은 2019년보다 덜 팔렸다.

SSG닷컴의 판매 추이도 비슷하다. SSG닷컴에 따르면 당일 배송 ‘쓱배송’과 ‘새벽배송’ 매출은 프리미엄 밀키트와 신선식품 호황 덕에 지난해 1~12월 매출이 전년 대비 50% 이상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쓱배송과 새벽배송을 한 번 이상 이용한 경우도 15% 늘었다.

신선식품에 강점을 둔 SSG닷컴은 밀키트 매출 증가세가 압도적이었다. 밀키트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하며 SSG닷컴이 선정한 ‘올해의 히트 상품’에 올랐다. 손질된 재료와 레시피가 함께 제공돼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밀키트는 집에서 외식하는 기분을 내게 해준다는 점에서 코로나19 시대에 각광을 받았다.

코로나19 탓에 많은 이들이 외출을 줄이면서 타격을 입은 외식업계와 호텔업계는 고급 밀키트를 속속 출시하며 살길을 모색했다. 조선호텔에서 출시한 유니짜장, 삼선짬뽕은 출시 100일 만에 10만개 판매를 돌파하며 인기를 모았다.

가성비를 앞세우는 대신 엄선한 재료와 맛에 방점을 찍은 프리미엄 HMR 제품들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CJ푸드빌은 빕스, 계절밥상, 더플레이스, 제일제면소 등의 메뉴를 집에서 손쉽게 즐길 수 있는 간편식 제품들을 출시해 호응을 얻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건강 간편식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원재료의 맛을 살리고 영양의 균형감을 고려한 ‘더비비고’ 브랜드를 론칭했다.

의(衣): “21세기에 파자마가 유행?”

목 늘어난 티셔츠, 무릎이 헤진 운동복, 허리가 늘어난 치마…. 집에서 입는 옷을 말할 때 이런 차림을 떠올린다면 유행에 뒤처진 사람이다. 활동하는 시간에는 편하면서도 보기 좋은 홈웨어를 입고, 잘 때는 파자마로 갈아입는 식으로 ‘실내복’에 대한 접근 방식이 바뀌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집콕의 시간이 길어지자 집에서도 제대로 갖춰 입어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다.

IT 기업에 다니며 재택근무 중인 이모(28·여)씨는 “21세기에 파자마가 유행할 줄은 몰랐는데 한번 입어보면 왜 유행인지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옷을 갈아입는 것만으로도 출근과 퇴근의 구분이 가능하고, 잘 때도 갖춰 입는다는 게 나를 존중하는 기분이 들어서 좋다”고 말했다.

파자마의 인기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 ‘파자마’로 검색하면 25만5000건이 넘는 게시물이 나온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자주는 지난해 4월 20대 소비자가 참여해 만든 ‘365 파자마’를 출시했는데, 지난해 10~12월 이 파자마 세트 매출은 출시 초기 3개월보다 4배 이상 증가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파자마는 2030세대의 필수품이자 집콕 패션을 대표하는 제품이 됐다”고 말했다.

주(住):홈카페·홈스토랑·홈오피스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도 증가했다.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집을 카페처럼 꾸미거나, 도서관처럼 변신시키거나, 요리의 ‘장비 빨’을 세우기 위해 주방 가전에 힘을 주는 식으로 많은 이들이 실내 환경을 바꿔나갔다.

네이버에서는 인테리어 소품 판매가 64%, 아동 가구는 100%, 커피머신 에어프라이어 식기세척기 등 주방 가전은 84% 늘었다. SSG닷컴에서도 ‘홈카페’ 관련 상품 매출이 증가했다. 에스프레소 머신 등 커피 관련 가전 매출은 52.3%, 캡슐형 커피는 68% 늘었다.

직장인의 재택근무와 학생의 원격수업 증가로 홈 오피스 공간에 대한 관심도 늘었다. 한샘몰에 따르면 지난해 서재 매출이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서재를 꾸밀만한 공간이 없는 이들은 일반 식탁보다 높이가 낮고 소파처럼 의자에 쿠션을 적용한 ‘멀티형 제품’을 많이 찾았다. 책상처럼 쓸 수 있는 식탁 제품이 한샘몰에서 가장 많이 팔린 가구 4위에 올랐다.

가구업계 한 관계자는 “가구나 소품으로 집안 분위기를 바꾸고 기분 전환을 하는 게 코로나19 시대를 건강하게 살아가는 방법 중 하나였다”며 “집에서 많은 것을 하게 되면서 재충전의 공간으로써 ‘집’의 의미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 듯하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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