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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신진서와 응씨배



조훈현·이창호·이세돌 9단에 이어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오를 한국 기사(棋士)는 누구일까. 올해 스물한 살이 된 신진서 9단이 가장 유력한 후보다. 그는 지난해 국내 일인자로 우뚝 섰다. 76승 10패로 연간 승률 88.37%를 기록해 1988년 이창호가 세웠던 종전 최고 기록(88.24%)을 32년 만에 깼다. 또 지난해 2000년대생 최초로 메이저 세계대회 타이틀(LG배)을 따냈고, 라이벌 박정환 9단과의 맞대결 ‘남해 슈퍼매치’에서 7전 전승을 거뒀다. 신진서는 기풍이 이세돌처럼 공격적이고, 별명은 인공지능(AI)급 실력을 지녔다는 의미로 ‘신공지능’이다.

그는 올해 세계 바둑계 정복에 본격 도전한다. 첫 무대는 제9회 응씨배다. 신진서는 지난 10일 응씨배 준결승 3번기 1국에서 중국의 자오천위 8단에게 대역전 불계승을 거뒀다. 12일 2국 또는 14일 3국에서 이기면 결승에 진출한다.

응씨배는 대만의 재벌 잉창치(應昌期)가 1988년에 만든 최고 권위의 세계대회다. 우승 상금은 40만 달러(약 4억4000만원)이며, 4년 주기로 열려 ‘바둑 올림픽’으로 불린다. 제1~4회 우승컵을 당시 국내 ‘4대 천왕’ 조훈현·서봉수·유창혁·이창호가 차례로 가져갔고, ‘포스트 이창호’ 주자 최철한이 6회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한국과의 인연이 깊다. 다만 이세돌은 유독 응씨배에서는 약했고, 2019년까지 국내 일인자였던 박정환도 준우승만 두 번(7·8회) 했다.

89년 응씨배 1회 결승전에서 조훈현이 중국의 바둑 영웅 녜웨이핑 9단을 꺾은 순간은 한국 바둑사의 최고 명장면으로 꼽힌다. 녜웨이핑은 이 패배로 추락했지만, 이후 그가 만든 도장에서 현 중국 일인자 커제 9단이 배출됐다. 커제는 지난해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신진서를 눌렀다. 현재 비공식 세계 랭킹은 신진서(1위)가 커제(2위)를 앞서지만,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 경력은 커제(8번)가 신진서(1번)를 압도하고 있다. 신진서의 올해 목표는 “세계대회에서 단 한 번도 지지 않는 것”이다. 목표 달성을 응원한다.

천지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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