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을 위해 새해엔 하나님을 자랑하며 교회에 함께 오기를 희망합니다. 자연을 위해 쓰레기를 절반으로 확 줄여보는 삶을 살아 봅니다. 문화를 위해 이웃에게 살맛 나는 따뜻한 말, 친절한 배려로 함께합니다. 이것이 올해 교우들과 함께하는 ‘1전(傳) 1소(素) 1감(感)’의 삶입니다.”
영성 자연 문화를 강조하는 청주 쌍샘자연교회의 백영기(60) 목사가 밝힌 2021년 새해 다짐이다. 폭설에 이어 추위가 몰려온 지난 7일 충북 청주 외곽에 있는 교회를 찾았다. 그림 같은 전원마을에 새하얀 예배당과 종탑, 황톳빛 카페와 갤러리, 이국적 느낌의 생태자연도서관과 게스트하우스 건물이 흰 눈에 덮여 있었다. 100여석 규모의 작은 예배당 안으로 들어가니 중심에 ‘하나님이 계십니다. 이것으로 충분합니다’란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옆으로는 ‘1전 1소 1감의 삶과 신앙’을 소개한 2021년 표어가 새겨져 있다. 백 목사가 설명을 이어갔다.
“비대면 예배만 가능한 요즘이지만, 가만히 손을 놓고만 있을 순 없습니다. 교회와 신앙은 세상의 짐이 아닌 힘입니다.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입니다. 주님의 교회를 함께 세워가자는 소망을 담아 공동체 실천표를 만들었습니다. 1전은 하나님을 전하자는 뜻인데, 신앙 영성의 회복을 위해 참된 예배를 사모하고 매일 가족 단위로 말씀 묵상(QT)을 드리자고 했습니다. 1소는 생명과 자연을 위해 조금 더 소박한 삶을 살자는 뜻으로 건강하고 소박한 밥상을 마주하고 매일 운동을 생활화하며 쓰레기를 줄이는 것입니다. 1감은 문화와 사회 속에서 이웃을 향한 삶의 문화를 만들며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와 나눔의 삶을 지향하자는 뜻입니다. 각각 하나님, 본인, 이웃을 위한 실천이기도 합니다.”
쌍샘교회는 1992년 7월 청주 시내에서 백 목사와 성도들이 시작했다. 도심 속 공부방과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며 신앙 공동체를 이루던 교회는 재개발로 거처를 이전해야 하자 도심을 등지고 시골로 나왔다. 청주 시내에서 상당산성을 지나 차로 20여분 거리의 낭성면 일대로 터전을 옮기며 2002년 교회 이름을 쌍샘자연교회로 변경했다. 고밀도 재개발에 따른 부흥의 길이 아닌, 자연 속에서 생태적 감수성을 높이는 녹색교회로 다시 태어나는 선택이었다. 도심교회 10년, 전원교회 20년의 역사를 이어오며 생태자연도서관 봄눈을 만들고, 방과후 학교인 민들레학교, 누구나 쉬어가는 사랑방 카페와 갤러리, 책을 보며 하룻밤 머무는 북스테이 돌베개, 출판사 꽃잠, 주말농장, 노아 목공 공방 등을 운영했다. 한국의 아름다운 교회로 꼽혀 목회자들의 탐방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쌍샘자연교회 역시 코로나19로 수개월째 비대면 예배를 지속하고 있다. 도서관도 공부방도 방역 수칙에 따라 문을 닫으면서 전처럼 아이들 웃음소리를 듣기 어려워졌다. 네이버 밴드를 통해 영상 예배를 드리는 요즘이지만 백 목사는 코로나19 그 이후의 꿈을 성도들과 공유하고 있다.
교회와 도서관 주변에 둘레길과 공원을 새로 만들고, 유아들을 위한 아기학교를 새로 준비하며, 언택트 시대에 맞춰 작은 방송국을 만들어 영성이 담긴 녹음 파일 등을 제작하는 일 등을 준비 중이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세제 샴푸 등의 내용물만 팔고, 성도들은 용기를 가져와 포장재 없이 알맹이만 구입하는 ‘알맹상점’ 운영도 청주의 녹색교회들과 함께 해보려 한다.
이 모든 일은 성도들의 참여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2019년 경기도 의정부에서 교사 생활을 접고 귀촌한 민상근(40) 집사와 김현정(36)씨 부부는 교육문화공동체 ‘단비’를 이끌고 있다. 교회 부설 공부방이었던 민들레학교에서 출발해 영성 자연 문화를 가르치는 학교다. 인문학 명상 독서활동 숲체험 목공체험 예술체험 진로체험 봉사활동 등의 커리큘럼이다. 앞으로는 초등학생 산촌 유학과 중·고교생 대안학교까지 통합해 운영할 계획이다. 도서관 담당자도 겸하는 김씨는 기술가정 과목 교사였고, 목공에 취미가 있는 민씨는 체육 교사였다. 김씨는 “마을 특성에 맞는 대안학교 설립을 위해 올해는 주민들과 함께 전국의 시설 견학에 힘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백 목사는 “예배도 제대로 못 드리는 상황이어서 막막함이 앞서지만 이럴 때일수록 교회의 본질에 집중하자”고 했다. 그는 “코로나를 이겨내고 어떻게 다음으로 나아갈지, 그 과정에서 하나님만을 위하며 지역이나 이웃을 방치하는 건 아닌지 돌아보자”며 “형제와 이웃과 함께하는 하나님을 생각하며 다양한 사역으로 각자 교회의 특성을 살려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주=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