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이동수단을 넘어 일상 속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개최된 올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선 차의 실내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기술들이 소개됐다. 고도화된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전장·통신기술 등이 어우러지면서 차세대 모빌리티의 공간 활용도는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CES 2021에서 전기차 EQS에 탑재되는 차세대 MBUX 하이퍼스크린을 공개했다. 폭 141㎝에 3개의 화면으로 구성됐으며, AI가 운전자에게 다양한 편의·차량 기능을 맞춤 제안을 한다. 운전자의 행동 변화를 감지해 자주 쓰는 기능을 내비게이션 화면에 덧입혀 띄우는 ‘제로-레이어(Zero-layer)’ 기능도 소개됐다. 공간이 한정적인 디스플레이에서 별도 조작 없이 20개 이상의 주요 메뉴를 쓸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삼성전자의 전장부품 사업 자회사 하만은 차에서 양방향 소통을 하며 콘서트를 즐길 수 있는 라이브 인터랙티브 가상 경험(L.I.V.E.) 플랫폼을 공개했다. 아티스트 응원, 곡 신청은 물론 선호하는 리드 싱어에 초점을 맞춰 카메라 앵글을 조절하고 음향을 설정하는 등의 공연 경험이 가능해진다. 5G 기술을 통해 노래 가사, 아티스트 소개, 악기 정보, 유사 음악 추천 등 서비스도 지원된다.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 전문기업 만도는 운전대와 바퀴, 브레이크 페달과 브레이크를 기계식 장치 대신 전기 신호로 연결하는 자유 장착형 첨단운전 시스템(sbW)을 선보였다. 차량 용도에 따라 운전대를 자유 배치하고 전자식 브레이크 페달을 필요할 때 꺼내 밟을 수 있는 기능이 탑재돼 공간 활용에 장점이 있다.
캐딜락은 선루프 글라스를 4분할해 개별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글라스 기술을 공개했다. 사생활 보호 기능이 적용된 독립 디스플레이를 통해 운전자와 동승자들이 각기 이용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했다. 모든 탑승자들이 자신만의 개별 공간을 누린다는 콘셉트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제너럴모터스(GM)가 공개한 자율주행 전기 셔틀 콘셉트카는 실내 회의나 모임을 위해 서로 둥글게 마주보고 앉을 수 있도록 설계돼 눈길을 끌었다. 플라잉카 브이톨(VTOL)은 수직 조명 신호, 유리 지붕, 생체 인식 센서 등으로 승객의 생체 신호를 읽고 온도, 조명, 주변 소음 등을 설정하는 콘셉트로 주목받았다.
마이크 심코 GM 글로벌 디자인 담당 부사장은 “플라잉카와 전기 셔틀 등 미래 모빌리티 콘셉트는 향후 5년간 GM의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이동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파나소닉은 증강현실(AR)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를 소개했다. 운전자의 높이나 시야에 따라 보이지 않을 수 있는 HUD의 단점을 눈동자 추적 시스템으로 보완했다. 또 AR 기술로 앞유리에 보이는 실제 도로에 내비게이션 이동경로와 주변 보행자, 차량 등을 인지해 표시해준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