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내린 ‘껴안기 금지’ 등 지침을 두고 일선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비현실적인 지침이라는 불만과 함께 지침 위반 사례가 속출하는 상황이다.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은 13일(현지시간) 브라이턴호브앨비언(BHA)전 뒤 기자회견에서 “(지침 준수가) 가능할지 모르겠다”면서 공개적으로 의문을 드러냈다. 그는 “건물 안에 있을 때는 모두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 하지만 훈련장 등 밖에서는 정말 기쁜 순간에 서로 껴안는 건 본능이다. 지침 준수는 어렵다”고 발언했다.
현지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지난 8일 EPL 사무국을 통해 각 구단 직원과 선수들에게 새롭게 강화된 코로나19 예방 지침을 내려보냈다. 훈련장과 경기장에서 예방 절차를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교체 대기선수 마스크 착용, 선수단 식당 사용 빈도 축소, 원정경기 시 EPL 사무국에 이동 계획 제출 등이 포함됐다.
가장 논란이 이는 건 선수들끼리 골을 넣고 난 직후 세리머니 중에도 서로 껴안아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선수 코치진 사이 악수와 선수복 교환 등도 금지됐다. 전염 가능성이 있는 신체 접촉을 최대한 줄인다는 취지다.
그러나 지침 발표 직후 열린 FA컵 대회 현장에서는 골 세리머니 때 서로 껴안는 건 물론이고 라커룸에서도 거리 유지를 하지 않은 채 모여 기뻐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크리스탈 팰리스 미드필더 에베레치 에제는 대회 당국의 허가 없이 다른 구단 경기장에 들어가 마스크도 없이 경기를 관전하다가 구설에 올랐다.
이날 열린 맨시티와 BHA의 경기에서도 맨시티 필 포든은 득점 뒤 지침을 신경 쓰지 않는 듯 동료들과 세리머니를 했다. 다만 같은 날 무승부로 끝난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와 풀럼과의 경기에서는 토트넘 공격수 해리 케인이 득점 뒤 선수 간 접촉을 자제하고 팔꿈치 부딪히기 세리머니를 했다.
영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11일 “스포츠 일정 취소 계획을 논의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이런 식이라면 정부가 축구 진행을 계속 허용하는 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경고성 메시지를 날렸다. 나이젤 허들스톤 체육부 장관도 “모든 이가 교류하고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축구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맨시티를 상대한 그레이엄 포터 BHA 감독은 “이런 새로운 상황에서는 다들 생각과 행동을 바꿔야 한다”면서도 “다만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EPL 심판들은 이번 주말 경기에서 각 팀 주장들에게 지침 준수를 강조하도록 지시를 받았다.
영국 내 코로나19 환자는 최근 한 달 사이 폭증하고 있다. 지난달 7일만 해도 약 1만5000명이던 하루 확진자가 지난 8일 6만8000명을 넘었다. 지난 7일 발표에 따르면 리그1을 포함해 잉글랜드 2~3부 리그에서는 선수와 구단 직원 중 확진자 112명이 나왔다.
한편 지난 시즌 국내 프로축구 K리그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코로나19 예방 지침이 실시된 적 있다. 다만 당시에는 리그 중반에 접어들면서 기온이 상승,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면서 세리머니 금지 등 유사한 지침이 자연스레 사문화되다시피 한 바 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