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데이(Holiday)’는 록밴드 비지스가 1967년 발표한 앨범 ‘Bee Gees’1st’에 수록된 곡이다. ‘오 유어 어 홀리데이’로 시작하는 처연하고 비장한 분위기의 노래로, 클래식 요소를 록에 도입한 바로크팝 계열이다. 30년 넘게 비지스 콘서트에서 가장 큰 인기를 누린 곡이기도 하다.
이 노래가 우리나라에서 유명해진 건 88년 10월 16일 발생한 ‘지강헌 사건’ 때였다. 8일 전 이감 도중 호송버스에서 탈주한 12명의 일원인 지강헌 등 4명은 서울 서대문구 가정집에 들어가 인질극을 벌였다. 새벽부터 집을 에워싼 경찰에 권총을 내보이며 대치하는 장면은 TV로 생중계됐다. 낮 12시쯤 2명이 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자 지강헌은 흉기로 자살을 기도했고 경찰특공대가 진입하면서 쏜 총 2발을 맞고 병원에서 숨졌다. 그가 주장했던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은 인구에 회자됐다. 지강헌이 자해 당시 경찰에 녹음테이프를 요구해 틀어놓았던 홀리데이도 화제였다. 이 사건은 2005년 양윤호 감독에 의해 동명의 영화로 제작됐다.
홀리데이가 이번엔 목숨을 구했다. 지난 8일 밤 대전교통방송에 이 곡을 신청하는 문자가 접수됐다. “삶이 너무 힘드네요, 생을 마감하면서 듣고 싶습니다”란 사연이 첨부돼 있었다. 이상한 낌새를 챈 황금산 PD는 “힘을 내시라”는 답신을 보내 시간을 끌며 경찰에 신고했다. 발신지를 추적한 경찰이 10여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승용차 안에 쓰러져 있는 50대 남성을 병원으로 옮겨 목숨을 구했다.
이 남성은 나흘 뒤 다시 문자를 보냈다. “제가 그릇된 생각을 했습니다”라며 감사를 표했다. 이번엔 안치환의 ‘오늘이 좋다’를 신청하며 “죽는 것보다 사는 게 더 좋네요. 세상 참 아름답네요”라는 심경을 적었다고 한다. 빠른 판단으로 생명을 구한 황 PD는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정인이 사건 때와 달리 기민하게 대처한 경찰에도 격려를 전한다. 무엇보다, 뒤늦게나마 삶의 소중함을 깨달은 이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김의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