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는 6월 11일부터 사흘간 영국 남서부에 위치한 콘월의 카비스만에서 열린다. 의장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1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G7 정상회의 게스트 국가로 한국, 호주, 인도 3개국을 초청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지난해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초청으로 미국에서 열릴 예정이던 G7 정상회의 무대에 처음으로 설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면회의가 전격 취소되는 바람에 그 기회를 못 살렸다.
영국이 한국을 비롯한 3개국을 초청한 이유는 D10 구상과 무관하지 않다. 존슨 총리가 지난해 5월 5G 통신망 분야에서 대중국 견제 필요성을 역설하며 제기한 방안이 D10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이탈리아 캐나다의 기존 G7 외에 한국 호주 인도 3개국을 더해 D10이라는 새로운 협의체를 만들자는 구상이다. D는 민주주의(Democracy)에서 땄다.
트럼프 미 대통령도 “G7은 낡은 체제로 현재의 국제 정세를 반영하지 못한다”며 G11, G12로의 확대를 추진했었다. 지금의 G7 역시 미국 영국 프랑스 서독 일본의 G5로 출발했었다. D10이든, G11이든 그 속에 한국이 포함된다는 것은 전 세계에 높아진 우리의 위상을 반영한다. 이틀 후 출범하는 조 바이든 미 민주당 행정부도 D10에 긍정적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신설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에 내정된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동맹 협력 방안의 하나로 D10을 제시한 바 있다. G20도 있으나 G20은 구성원이 많아 의사결정이 느리고 강한 추진력을 기대할 수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D10이 공식 출범한다면 우리 외교사에 한 획을 긋는 역대급 사건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D10이 민주주의 체제의 대중국 공동전선의 성격을 띠고 있어 우리나라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예상된다. 국제사회의 요청을 무시할 수도 없고 한편으론 중국의 입장도 살펴야 하고 이래저래 운신의 폭이 좁은 우리나라다.
이흥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