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진 후 사후 관리 참여율도 낮아
아직 덜 알려지고 코로나 여파 커
저선량 CT로 1㎝ 미만 결절 찾아
고위험군 1년에 한 번 검진 권장
아직 덜 알려지고 코로나 여파 커
저선량 CT로 1㎝ 미만 결절 찾아
고위험군 1년에 한 번 검진 권장
A씨(66)는 매일 한 갑씩 40년간 담배를 피워왔다. 그간 가래가 끼는 것 외에 특별한 증상은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8월 국가폐암검진 대상 통보를 받았다. 폐 검진은 난생 처음이었다. 저선량 흉부CT촬영 결과 오른쪽 폐 위쪽에 결절(덩어리)과 함께 폐기종 소견이 보였다. 조직검사와 폐절제 수술을 거쳐 최종 2기 ‘편평세포폐암’을 확진받았다.
A씨는 이후 금연 치료를 통해 수십 년간 입에 달고 살았던 담배를 딱 끊었다. 그는 “담배를 오래 피웠어도 암이 자라고 있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 늦기 전에 발견해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A씨가 받은 국가폐암검진은 2017~2018년 시범사업을 거쳐 2019년 8월 본격 시행됐다. 30갑년 이상 흡연력을 가진 만 54~74세 대상으로 저선량 흉부CT를 통해 폐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루 1갑씩 30년, 매일 2갑씩 15년 등 장기 흡연자가 해당된다. 저선량CT는 일반 CT보다 방사선량이 5분의 1 수준이어서 피폭 위험이 낮다.
2년마다 진행되는 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과 금연치료지원사업 등록자의 흡연력 자료를 바탕으로 대상자가 선정된다. 2019년에는 출생연도 홀수, 2020년에는 짝수인 대상자들에 폐암검진 통보가 이뤄졌다. 검진 비용은 전체 11만원 중 1만원만 본인이 부담하면 된다.
폐암 검진율 매우 낮아
하지만 올해로 시행 3년차에 접어든 폐암검진의 수검률이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 2020년 검진 통보를 받은 대상자의 각 24%, 12% 정도만 실제 검진을 받았다. 검진 후 금연을 유도하기 위한 상담 프로그램 참여율도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폐암검진 도입 기간이 비교적 짧아 홍보나 인지도가 부족하거나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을 감안하더라도 수검률이 예상보다 낮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국립암센터 폐암검진질관리중앙센터가 집계한 수검현황(지난해 9월 30일 기준)에 따르면 2019년 첫 폐암검진 통보 대상 33만2244명 가운데 검진을 완료한 사람은 24.13%(8만179명)에 그쳤다. 전체 검진자 가운데 폐암 양성 판정률은 9.06%(7268명)였다. 폐암 의심 판정률은 4.54%였다. 2020년 검진 통보 대상 35만9212명 가운데 검진 완료자는 12.25%(4만4005명)에 불과했다. 폐암 양성 판정률은 8.73%(3842명), 폐암 의심 판정률은 4.24%였다.
폐암 양성 판정은 저선량 흉부CT결과 폐에서 ‘경계선 결절’이나 폐암 의심 소견이 발견되는 경우를 포함한다.
CT영상에서 결절 유무와 상태에 따라 4개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폐에 결절이 발견되지 않은 경우(이상 소견 없음), 6㎜ 미만의 작은 결절이거나 과거 검사 때와 비교해 크기 차이가 없는 경우(폐암 가능성 낮음), 6~8㎜의 경계선 결절인 경우(폐암 가능성 배제 못해 6개월 후 재검진 필요), 결절이 8㎜를 초과하고 모양이 불규칙하거나 주변 염증이 동반된 경우(폐암 의심) 등이다. 경계선 결절이나 폐암 의심에 해당되면 추가 정밀검사나 조직검사, 수술 등을 통해 최종 폐암 여부를 확인하도록 권고된다.
폐암 검진의 경우 다른 국가 암검진과 달리 검진 후 금연상담 및 치료를 받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사후관리 프로그램 참여율도 2019년 44.75%(3만5884명), 2020년 40.15%(1만7666명)으로 50%를 훨씬 밑돌았다.
최근 발표된 2019년 5대 암검진 수검률 현황에 따르면 간암(73.5%) 유방암(64.8%) 위암(62.9%) 자궁경부암(58.7%) 대장암(41%) 순으로 나타났다. 2020년 수검률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전년보다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검진 도입 시점이 달라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폐암 검진율이 다른 암검진율에 훨씬 못미치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김열 국림암센터 폐암검진질관리중앙센터장은 “폐암검진 수검률과 사후 관리 참여율이 낮은 것은 아직 일반에 덜 알려진 측면이 있고 다른 암검진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코로나19의 여파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전국민이 아닌 특정 연령군이 대상인데다 종합병원급 이상 기관에서만 검진이 가능하다는 제약 때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향후 조사와 분석을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강구하겠다”면서 “검진기관을 저선량흉부CT를 갖춘 병·의원급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열 센터장은 “코로나19로 돌아가신 분이 지난해 한 해 동안 1000명을 넘었지만 폐암 사망자는 이보다 훨씬 많은 매년 1만8000여명에 달한다”면서 “폐암은 진단받으면 80%가 5년 안에 숨진다.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에 결코 소홀해선 안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폐암의 약 90%는 흡연에서 비롯된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 발생 위험이 11배 높다. 2년간 시범사업을 통해 저선량 흉부CT를 통한 폐암 조기 발견율은 69.6%로 일반 폐암 환자(20.7%)의 3배 수준으로 높다.
폐암 검진, 실보다 득 많아
다만 폐암이 아닌데 암으로 진단되는 위양성률은 14.8%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과잉 진단의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폐암 검진의 득이 실보다 많다고 말한다. 폐암을 수술 가능한 단계에 찾으려면 1㎝ 미만 작은 결절까지 볼 수 있어야 한다. 일반 건강검진 시 흔히 하는 단순 흉부X선 촬영으로는 미세한 결절을 발견하기 어렵고 다른 장기에 가려지면 찾아내기도 힘들다. 반면 저선량흉부CT는 1㎝ 미만 결절도, 다른 장기에 가려진 부위 결절도 찾아낼 수 있다.
폐암검진 주기는 2년인데, 고위험군이라면 1년에 한 번씩 받는 것도 권고된다. 1년 만에도 심각한 상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검진기관 마다 다른 CT영상 판독의 편차를 줄이기 위해 현재 50여개 검진기관의 자발적 참여로 컴퓨터 판독 표준화 지원 및 질관리 시스템을 운영 중인데, 계속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류정선 인하대병원 폐암센터 교수는 “폐암 검진 위양성을 줄이기 위해 앞으로 저선량CT에 인공지능(AI)이나 혈액 혹은 들숨날숨을 통한 폐암 바이오마커(생체지표) 검사 등을 결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