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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푸틴의 정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으로 독극물 공격에서 살아남은 알렉세이 나발니(44)가 17일(현지시간) 독일서 러시아로 귀국하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독극물 공격을 받고 독일 베를린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아온 지 약 5개월 만으로 귀국 직후 체포됐다. 러시아 정부 인사들의 부정부패를 줄기차게 고발해온 나발니는 지난해 8월 20일 국내선 비행기로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이동하던 중 기내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며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다. 독일 프랑스 등의 연구소들은 나발니가 옛 소련 시절 개발된 신경작용제인 ‘노비촉’ 계열 독극물에 중독됐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에서는 지난해 장기 집권에 법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헌법 개정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해 푸틴 대통령이 향후 연임에 나설 경우 오는 2036년까지 장기 집권도 가능하게 됐다. 그렇게 되면 그는 총 36년을 집권하게 된다. 그는 장기집권에 방해가 되는 정적은 가차 없이 제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러시아 반체제 인사들이 독살당하거나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것은 별로 놀랄 일이 아니다. 독살은 1990년대 들어 러시아가 서방 국가와 협력하면서 사라진 듯했지만 2000년 푸틴 대통령이 정권을 잡으면서 슬그머니 재개됐다고 한다.

첫 번째 피해자는 1990년대 푸틴 대통령의 경호원인 로만 체포프였다. 그는 2004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사무실에서 독성 물질이 섞인 차를 마신 뒤 사망했다. FSB 전신인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가 ‘독’을 자주 사용했는데, FSB가 이 수법을 그대로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같은 해 체첸 사태를 파헤쳤던 언론인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도 비행기에서 차를 마시고 의식을 잃었다. 당시 목숨은 건졌지만 2년 후 괴한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2006년 FSB 정보요원이었다가 푸틴 비판가로 변신한 알렉산더 리트비넨코는 호텔에서 방사성 독극물이 섞인 녹차 몇 모금을 삼킨 뒤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종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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