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은 진짜 예술가이자 (연기) 분야에서 가장 높은 경지에 있는 인물이다. 그녀의 직관과 능력은 (윤여정이) 이 세상에 현존하는 위대한 배우라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영화 ‘미나리’의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은 영화에 출연한 배우 윤여정을 향해 이 같은 찬사를 보냈다. 15일 배급사 판씨네마를 통해 캐스팅 일화를 공개한 그는 “한때 (대학에서) 영화사를 가르친 적이 있었는데 강의에서 윤여정의 영화를 틀었었다. 그런데 이렇게 함께 일을 하게 돼 영광스럽다”고 덧붙였다.
1980년대 미국에 이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그린 ‘미나리’는 세계 영화계가 주목하는 기대작이다. 제36회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관객상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61관왕에 올랐고, 제78회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등 14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한국계 미국인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민자의 정체성 문제를 세련된 연출로 풀어낸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내달 3일 국내 개봉 예정이다.
‘미나리’가 받은 상 가운데 무려 21개가 윤여정이 들어 올린 여우조연상 트로피다. 미나리를 좋아하는 할머니 순자 역의 윤여정은 전형적인 할머니 모습을 탈피한 연기로 몰입감을 끌어올린다. 처음에는 희극적으로 등장해 결국 가족에게 심오한 삶의 변화를 가져다주는 미묘한 캐릭터인 순자를 표현하기 위해 강한 배우가 필요했다는 정 감독은 주저 없이 윤여정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윤여정은 “처음 시나리오를 읽는데 너무 생생했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출연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극에서 젊은 부부로 등장하는 스티븐 연과 한예리의 호연도 돋보인다. “완전히 생동감 있고 관객이 발견해나가는 재미가 있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던” 정 감독은 두 사람을 떠올렸다. 이들이 등장인물을 자신의 부모와 비슷하게 연기하기보다는 본인의 색으로 표현해줄 수 있다는 확실한 믿음이 들어서다. 영화를 향한 배우들의 신뢰 역시 극 완성도에 힘을 보탰다. 스티븐 연은 ‘미나리’를 두고 “꾸밈없고 진실한 이야기가 나를 사로잡았다. 좁은 의미의 정체성이 아닌 인류에게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본질에서 생겨난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