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들자 망령’이라는 속담은 언제라도 우리의 마음을 두렵게 합니다. 철없이 철부지로 살다 겨우 철들었는데, 하는 짓이 겨우 망령이라면 얼마나 허망한 삶일까 싶기 때문입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오 맙소사, 죽는 순간에 이르러서야 한 번도 제대로 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니”라 했으니 말이지요.
눈과 얼음이 물로 돌아가는 우수(雨水)의 계절입니다. 대동강 얼음도 녹는 때가 찾아왔습니다. 우수를 맞을 때면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은 얼음장을 돌아보게 됩니다. 대동강 얼음보다 더 차갑고 더 두껍게 자리 잡은 마음속 얼음장을 말이지요. 아무리 얼음이 두꺼워도 때가 되면 모두 물로 돌아가는데, 우리 안에 굳어진 교만과 아집은 해가 더할수록 두께를 더합니다. 그것을 녹일 수 있는 것은 봄기운이나 흘러가는 시간이 아닙니다. 우리 안의 얼음장을 녹일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주님의 은총입니다. 꽁꽁 얼어붙은 마음속 얼음장을 둔 채 우수를 맞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한희철 목사(정릉감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