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흥국생명의 쌍둥이 자매 이재영, 이다영 선수가 중학교 시절 학교폭력에 대해 사과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두 선수는 지난 10일 “철없던 지난날 저질렀던 행동 때문에 많은 분께 상처를 드렸다”면서 “어린 마음으로 상처를 갖도록 행동한 점 사죄드린다”고 했다. 고교 때 학교폭력을 행사한 OK금융그룹 배구 선수 송명근도 지난 14일 사과문에서 “제아무리 어리고 철없던 시절이었다 해도 폭력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지난달에 중학교 때의 학교폭력 사실을 인정하고 TV조선 ‘미스트롯2’에서 하차한 가수 진달래 역시 “어린 시절 제 철없는 행동 때문에 아직도 트라우마가 있다는 말에 가슴이 찢어지게 후회스럽다”고 했었다.
이들은 학창 시절 폭력에 대해 공통적으로 ‘철없던 시절’에 저지른 일이라고 해명했다. 폭력의 심각성에 대해 제대로 깨닫지 못한 때 벌어진 일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때린 사람은 철없을 때의 일이라 할지 몰라도, 맞은 사람은 10년이 지났어도 잊지 못하는 게 학교폭력이다. 특히 사람을 때리고 괴롭히는 게 나쁘다는 것은 철이 들고 안 들고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건 유치원생이라도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다.
철없던 시절에 저지른 일이라는 가해자들의 인식은 한편으로는 그들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이 폭력을 방치한 결과이기도 하다. 폭력이 얼마나 나쁘고 잘못된 것인지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심어주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가 폭력은 어느 때라도 하지 말아야 할 악이란 걸 뼛속 깊이 각인시켰다면 이렇게 많은 학교폭력 가해자들이 나오지 않았을지 모른다. 혼자 끙끙 앓다가 10년이 지나서야 겨우 피해를 호소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도 문제다. 주변에 폭력을 눈감아 주는 관행이 있었거나, 보복 등이 두려웠기에 빨리 피해 사실을 밝히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온 사회가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겠다. 무엇보다 부모들이 자녀들한테 폭력에 대한 철이 일찍 들도록 가르치는 게 급선무일 테다.
손병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