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최고 컨디션 유지해야 효과
접종 당일은 목욕 피하는 게 좋아
흡연·음주 땐 혈전·뇌출혈 위험
접종 당일은 목욕 피하는 게 좋아
흡연·음주 땐 혈전·뇌출혈 위험
다음 달 초 만 75세 이상 고령층을 시작으로 일반 국민 대상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된다. 그간에는 요양병원·시설 입소자와 종사자, 코로나19 치료 의료진,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종사자 등 의료적 관리가 가능한 이들에게 우선 접종이 이뤄져 스스로 주의를 기울이거나 이상 반응 같은 문제가 생겨도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했다. 하지만 앞으로 일반 국민에게 대규모 접종이 시작되면 관리 가능한 테두리를 벗어나 집, 일터 등 일상공간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발생할 수 있다. 방역당국도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일반 국민 접종이 본격화되면 고령층을 중심으로 접종 후 사망 신고가 속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백신을 맞으면 면역 형성 과정에서 발열이나 근육통, 두통, 오한 등이 나타날 수 있고 대부분은 자연적으로 증상이 없어지거나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해열·진통제(타이레놀, 서스펜 등)를 두 알씩(성인 기준 500㎎) 3~4번 복용하면 완화된다.
방역당국은 이럴 경우 굳이 응급실을 찾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해열제를 썼는데도 39도 이상 고열, 두통 증상이 2일 이상 지속되거나 갑자기 상태가 나빠지면 병원을 찾아 다른 원인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이상 반응 발생을 최소화하고 백신 효과를 최대로 끌어올리려면 접종 전후 최고의 몸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백신 맞은 후 목욕, 운동 어떻게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당일 목욕은 피하는 것이 좋다.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다음 날 목욕하기를 권고한다. 접종 후 12~24시간 정도 약간의 피로감이 나타나는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어 목욕 후 혈관 확장으로 혈압이 떨어지거나 힘이 없는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적절한 면역 반응이 생기기 어렵고 특히 고령자는 부작용 발생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걷기 같은 평소 하던 운동은 무리가 없다. 주 1~2회 근력운동, 골프, 구기 종목 같은 고강도 스포츠 활동은 젊은층의 경우 백신 접종 전후 하루나 이틀은 피하는 것이 좋다. 고령자도 접종 후 2~3일 정도는 과로를 피하고 가벼운 산책 외 운동은 자제한다.
고령층, 접종 2~3일 전부터 체력 유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젊은층에서 발열, 오한 같은 부작용이 더 자주 보고되고 있다. 대부분 1~2일 지나면 회복되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몸 속에 면역반응이 생기면 열량 소모가 더 늘게 된다. 평상시 식사량이 적었거나 끼니를 제대로 챙겨먹지 않았던 이들은 피로감이나 힘없음을 좀 더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접종 전 체력이 바닥날 정도로 피로감을 느끼지 않게 스케줄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고령층의 경우 젊은층 보다는 메스꺼움, 두통, 피로감을 덜 느낄 수 있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22일 “백신 접종 후 사망하는 경우는 몸 속에 면역반응을 감당할 만큼의 체력이 남지 않아 혈액순환이 어려운 상태가 되어서일 수 있다”면서 “고령층이라면 접종 전 2~3일, 특히 하루 전부터는 음식 섭취를 충분히 해 힘의 여력이 있는 상태에서 백신을 맞으면 특별한 문제없이 지나갈 것”이라고 조언했다.
흡연·음주 면역반응 방해
흡연은 제대로 된 면역반응을 방해한다. 과음은 조금 더 심한 영향을 미치므로 접종 최소 3일 전부터는 음주를 피하는 것이 좋다. 박민선 교수는 “특히 최근 백신 접종 후 혈전(피떡) 생성 위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만큼, 혈전을 증가시키는 흡연과 뇌출혈 위험을 높이는 음주는 적어도 백신 접종 전후에는 피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전용준 원장도 “접종 후 우리 몸은 바이러스 감염을 막으려 백신에 신속하게 반응해 강력한 면역체계를 형성하며 많은 양의 항체를 생산한다”면서 “이 때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술을 마시면 항체 형성 과정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부작용이 나타나 백신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발열, 두통을 해결하기 위해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해열제를 복용할 땐 특히 음주에 주의해야 한다. 전 원장은 “아세트아미노펜은 간에서 흡수되는 약물로 술과 함께 먹을 경우 심각한 간 손상인 ‘급성 간부전’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백신 이상 반응에 대처하기 위해 약물 복용이 필요할 수 있는 만큼 접종 후 최소 5일은 음주를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백신 효과 높이려면 잠 잘 자야
백신 효과는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여기에 기여하는 요인으로 수면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최근 의학학술지 ‘랜싯(Lancet)’에 발표됐다. 이런 효과는 독감(인플루엔자), A형간염 등 다른 백신 접종에서도 관찰됐다는 게 대한수면학회 의견이다. 수면학회는 최근 코로나19 백신 효과를 높이는 수면지침을 발표했다.
먼저 코로나19백신을 맞고 난 당일엔 다른 일정을 잡지 말고 평소보다 밤에 잠을 푹 자도록 노력해야 한다. 잠을 자는 것은 단순히 쉬는 것이 아니라 신체의 항상성을 최적화하는 과정이다. 하루 5시간 이하로 잠을 자면 항체 생성률이 낮아져 면역효과가 떨어진다. 백신 접종 후 낮잠을 자면 밤에 잠이 오지 않을 수 있어 주의한다.
또 백신 접종 1주일 전부터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난다. 평소 잠을 잘 못 자고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다가 백신 맞은 날 갑자기 잠을 자려고 해도 잘 안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백신 접종 날짜가 잡히면 최소 1주일 전부터 일정한 시간에 기상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목표 기상 시간을 정하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30분간 밝은 빛을 받는 것이 좋다. 바깥으로 나가 햇빛을 쬐거나 광치료 기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 평소 충분하고 양질의 수면을 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신원철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일·활동과 수면 사이 경계가 모호해졌다”면서 “일이나 컴퓨터, 운동 등 깨어 있을 때 하는 행동을 침실 밖으로 치우고 취침 시간과 경계를 정확히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취침 전에 깨어있는 활동과 취침 시간 사이 과도기 시간을 두어 수면을 예열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라”고 말했다.
기분이 많이 속상할 때에는 잠자리에 들지 말고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며 잠이 밀려오기 시작하면 잠자리에 든다. 수면학회 회장인 정기영 서울의대 신경과 교수는 “적절한 수면 시간, 양질의 수면, 규칙적인 수면 습관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항체 생성을 증가시키는 데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