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은(가명·34)씨는 2017년 11월 27일을 잊지 못한다. 아들 승수(6)가 13개월 되던 때였다. 바로 전주에 가족과 함께 돌 사진도 찍고 잔치도 했다. 사고가 있던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었다. 그날 오전 엄마 직장 동료의 자녀들과 만난 승수는 키즈카페에서 신나게 놀았다. 오후에 집에 와선 피곤한지 많이 울었지만, 다른 날보다 심한 건 아니었다. 다만 서씨는 승수가 그날따라 기침 가래가 심하다는 생각은 들었다고 했다.
사고는 저녁 때 벌어졌다. 승수가 자주 먹던 사과를 먹기 좋게 깎아 줬는데 그게 목에 걸렸다. 아빠 전대훈(가명·34)씨가 급히 하임리히법으로 목에 걸린 사과를 빼냈는데 승수가 숨을 안 쉬었다. 곧바로 119에 전화를 걸었고 응급대원 말에 따라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서씨는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선명하다”며 “우리가 먹던 저녁 메뉴, 승수 아빠가 외치는 소리 등이 생생히 떠오른다”고 말했다.
병원까지 가는 데만 1시간 가까이 걸렸다. 그동안 승수에게 심정지만 두 번이나 왔다. 다행히 호흡은 돌아왔지만, 이 과정에서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하면서 승수는 반혼수 상태가 됐다. 당시 승수를 살폈던 담당의는 “기도에 이물질이 전혀 없었다”며 저산소성 뇌손상을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사고 이후 서씨는 트라우마로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서씨는 승수가 중환자실에 있는 동안은 병원에서 살았다. 승수가 퇴원해서는 병원 근처에 오피스텔을 구해 함께 지냈다. 그렇게 9개월을 보내고서야 지금의 집으로 이사 올 수 있었다. 병원도 한결 가까워졌다.
승수는 사고 이후 1년이 지나 뇌병변 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자가 호흡이 가능하지만 불안정해서 인공호흡기 산소발생기 등을 늘 달고 있다. 연하작용이 어려워 식사는 위루관을 통해 한다. 하루 복용하는 약만 11가지다.
승수를 위해 따로 든 보험이 없어 의료비 부담이 만만치 않지만 승수 부모는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다. 지난해에는 누워 있는 승수의 뼈가 약해져 고관절이 탈구되는 바람에 핀을 박는 수술을 했다. 서씨는 “그래도 승수가 잘 지내주고 있다”며 “2년 전만 해도 응급실에 자주 갔는데 고관절 수술 때문에 간 것 외에는 지금까지 응급실을 단 한 번도 안 갔다”고 말했다.
지난해 방문 유치원에 등록한 이후론 더 활력이 생겼다. 방문 유치원은 1주일에 2번씩 선생님이 집으로 와 1시간 정도 수업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서씨는 “선생님이 내주신 숙제를 같이하면서 승수와 시간을 보낸다”며 “승수가 좋아하던 동화도 들려주고, 선생님이 가져오신 악기를 함께 쳐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씨는 “승수 사고 후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분은 여호와시라’는 잠언 말씀을 붙잡고 간다”며 “분명 주님의 계획하심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마음 깊은 소망은 다시 승수와 눈 맞춤을 하는 것”이라며 “그게 어렵다면 인공호흡기만이라도 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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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