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총회 파송 선교사인 K선교사는 현재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 무균실에 있다. 오는 7일 골수 이식을 받기 위해서다. 무균실에 들어가기 전 K선교사는 아내인 B사모에게 “나는 살아야 한다. 주님 앞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하며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K선교사와 B사모는 2018년부터 미얀마 사가잉에서 복음을 전했다. 사가잉은 미얀마 3대 불교성지 중 한 곳으로 K선교사가 가기 전까지 이 지역에 선교사는 한 명도 없었다.
그 곳에서 K선교사는 어린이 교육 사역을 했다. 교회도 개척했다. B사모는 4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교육 받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으니 부모들도 자연스럽게 교회에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얀마에서 한창 사역하던 K선교사 부부는 지난해 미얀마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자 한국으로 귀국했다. B사모는 “선교사들은 한국에 오면 건강검진을 받는다. 지난해 11월 검진을 받았는데 남편의 빈혈수치 등에서 이상을 발견했다”며 “의사는 정밀검사를 받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성탄절을 이틀 앞둔 지난해 12월 23일 검사 결과가 나왔다. 혈액암이었다. 나흘 뒤 항암 치료를 시작했지만 상황은 더 안 좋아졌다. 혈소판 수치는 여전히 좋지 않았고 폐렴에 패혈증까지 오면서 한 달간 고열에 시달렸다. 항암 치료는 중단됐다. 다행히 K선교사는 남동생 골수를 받기로 했다. 기적같이 열도 내려갔다. B사모는 “남편은 ‘주님 앞에서 할 일이 있다’며 억지로 밥을 먹으며 체력을 키웠다”고 전했다. 지난 2월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 소식을 들은 뒤 건강을 회복해 미얀마로 돌아가려는 K선교사의 의지는 더 커졌다고 한다.
K선교사를 위한 도움의 손길도 있었다. 서울 용산구 후암제일교회는 B사모가 K선교사를 간호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숙소로 사용할 수 있는 선교관을 내줬다. 2012년 말기암 판정을 받고 독성 항암치료를 받은 뒤 완치된 천정은씨도 B사모를 만나 용기를 줬다.
문제는 천문학적인 병원비다. B사모는 “몸도 그렇고, 미얀마 상황도 그렇고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다. 기도 뿐”이라며 “하나님이 허락하신다면 미얀마로 꼭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