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모스크바올림픽은 반쪽대회로 치러졌다. 79년 일어난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대한 항의 표시로 미국을 위시한 67개국이 대거 불참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냉전의 막바지, 스포츠의 정치적 이용 금지를 선언한 올림픽헌장은 한낱 장식품에 불과했다. 당시 마이클 모리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개막식에서 “올림픽은 언제 어디서나 정치 종교 인종을 초월해서 열려야 한다”고 개탄했다. 서구 국가 가운데 올림픽 정신에 따라 모스크바 대회에 참가한 나라는 영국, 이탈리아 등 극소수에 그쳤다.
4년 뒤 미국 로스앤젤레스올림픽에선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의 모스크바올림픽 불참에 대한 보복으로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 국가 등 11개국이 불참했다. 북한 선수단 모습도 볼 수 없었다. 동구권 국가 중 참가국은 루마니아가 유일했다. 동구권 국가의 불참에도 140개국에서 7000명 가까운 선수단이 참가해 LA올림픽은 이때까지 치러진 대회 중 최대 규모였다. 두 차례 반쪽 올림픽 끝에 비로소 온전한 올림픽으로 치러진 대회가 88년 서울올림픽으로 LA올림픽 규모를 훨씬 능가했다. 북한이 전 대회에 이어 연속 불참한 게 옥의 티였으나 서울올림픽의 성공은 세계에 한국의 위상을 새롭게 각인시켰다.
평창동계올림픽에도 참가했던 북한이 최근 도쿄올림픽 불참을 선언했다. 코로나 팬데믹을 불참 사유로 들었으나 제재를 풀지 않는 국제사회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해석된다. 북한의 올림픽 불참선언으로 올림픽의 정치화 논란이 불거진 와중에 미국발 베이징동계올림픽 보이콧 설은 여기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논란은 미 국무부 대변인이 중국의 인권문제를 거론하며 “동맹국과 이 문제를 논의하고 싶다”고 브리핑하면서 표면화됐다. 베이징올림픽은 내년 2월 열린다. 그러나 미 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가 “선수는 노리개가 아니다”며 거세게 반발하자 국무부가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올림픽 보이콧은 40년 전 두 번으로 족하다.
이흥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