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필(必)환경’의 시대다. 필요 이상의 소비를 할 때마다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편하게 새벽 배송을 주문하고 음식을 배달시키면서도 그래서 생기는 막대한 쓰레기를 보면 한숨이 난다. 겨우 나 하나 먹자고 이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야 하는지. 가급적 장바구니를 들고 장을 보는 건 물론이고, 어릴 때 엄마들이 그랬던 것처럼 커다란 냄비를 들고 음식을 받아와야 할까 고민이다.
옷도 마찬가지다. 버려지는 원단이 어마어마하다. 쉽게 사서 몇 번 안 입고 버리는 일도 많아졌다. 보기 좋게 물을 뺀 청바지 하나 만드는 데 엄청난 물이 사용된다는 보고도 있다. 그래서 버리는 옷을 나누고, 원단을 재활용하고, 더 잘 썩는 섬유를 개발하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몇 해 전에 ‘창의적 소비(Creative Consumption)’라는 주제로 공부한 적이 있었다. 제목만 보고는 소비자가 옷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의 창의성을 발휘하는 얘기인 줄 알았다. 그러다 소비자들이 옷 입기를 즐기면서도 얼마나 친환경적일 수 있는지를 보며 참신한 아이디어들에 감탄했었다.
그중 해외 페이스북에서 화제였던 ‘333 프로젝트(Project 333)’가 기억에 남는다. 33개의 패션 아이템으로 3개월을 멋있게 살아보는 시도였다. 옷만 아니라 가방, 액세서리, 신발까지 모두 합해 33개를 늘어놓고 보면 생각보다 적은 양에 우선 놀란다. 참가자들은 매일 그걸 활용한 코디를 사진으로 보여주는데, 얼마나 다양하게 쓰일 수 있는지 그 아이디어가 기발해 물건의 쓰임새를 재발견하게 되는 귀한 기회가 됐다.
돌아보니 옷은 살 때 정했던 아니면 권유받았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입어왔던 것 같다. 다른 시도를 하기에는 창의성이 부족하거나 용기가 부족했다. 익숙한 공식을 적용하는 대신 이리저리 궁리하며 새롭게 입어보면서, 둔해진 우뇌에도 자극을 주길 권해본다.
윤소정 패션마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