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송촌장로교회 외벽에는 한국정직운동본부(Integrity Movement Korea) 간판이 걸려 있다. 이 교회 박경배 담임목사는 정직운동본부 대표도 맡고 있다. ‘나부터 정직하자’ ‘십자가로 정직을 새기자’는 슬로건으로 정직 운동을 펼쳐가고 있는 박 목사를 14일 대전 대덕구 송촌북로에 있는 교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박 목사는 올해 목회 37년 차다. 그는 “정직 운동은 정직을 통해 세상이 변화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고 정직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다함께 만들어가기 위한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짧은 기간에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소중한 가치들을 잃어버렸습니다. 예와 도가 땅에 떨어지고 나 외에 타인은 없는 극단적 이기주의와 물질우선주의가 판치는 세상이 됐습니다. 정직한 국민, 정직한 정부, 정직한 사회, 정직한 교회가 되지 않고서는 더 발전할 수 없습니다.”
정직 운동을 설명하는 그의 목소리에 진지함이 묻어났다.
그는 “많은 사람이 정직에 대해 공감을 하면서도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못한다”며 “거짓이 자연스러움이 돼 버린 나라, 수치심도 죄 의식도 없는 나 자신, 정직하게 사는 것은 바보짓이고 정직하게 살면 손해 본다는 생각, 좋은 것은 알지만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말하는 청소년을 보면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정의와 진실이 통하는 사회, 공익을 해치는 비리나 부정에 대해 용기 있게 말하는 사람들이 인정받는 사회, 성실하고 진실하게 사는 사람들이 인정받고 보장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목사와 교인들은 2015년 3월 정직 캠페인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 대전시 교회와 기독 단체가 협력해 대전성시화운동본부 주관의 정직 캠페인을 벌였다. 정직을 주제로 한 영상과 포스터, 설교집을 제작해 배포하고 현수막과 배너, 홈페이지 등에 게시했다. 정직 운동 선포식과 미래목회포럼 주관의 정직 운동 발대식을 했다.
정직 운동을 위한 한마음 게이트볼 대회, 정직 포럼, 정직 콘서트 등도 개최했다. 유명 강사를 초청해 정직운동본부 아카데미도 열었다. 지난해 ‘정직 UCC대회’를 진행했을 때는 정직한 사회를 염원하는 청소년들의 영상이 줄을 이었다. 정직과 관련한 구(區) 조례를 만들고 일부 행사비를 지원받아 진행했다.
박 목사는 앞으로 정직 운동 전국 조직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정직 운동을 이끌어 갈 지도자 양성 및 장학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정직 교육과 캠페인, 홍보를 통한 시민의식 향상 사업을 병행한다. 정직 운동 마라톤 대회와 합창대회, 글짓기 대회, 스포츠(게이트볼, 탁구, 배드민턴) 대회도 열 계획이다. 그는 “정직이 전 국민 시민운동으로 확산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사회와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주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1991년 개척 당시 송촌동은 전형적인 농촌 마을에다 유교 문화가 뿌리 깊은 동네였다. 박 목사는 비닐하우스 천막을 치고 첫 예배를 드렸고 시골집에서 설립 예배를 드렸다.
개척과 전도가 쉽지 않았다. 얼마 후 도시개발 공고가 났고 종교 부지를 받았다. 신학교 시절부터 해온 기도의 응답이었다.
“신학교 졸업을 앞두고 21일 금식기도를 하며 부르짖었던 생각이 나네요. 배움도 짧고 종교적 배경도 없는 상태에서 목회 청사진을 하나님께 보이며 기도했습니다. 첫째 좋은 목사님 밑에서 배움의 기회를 달라. 둘째 농어촌 어디든지 교회 없는 곳에 가서 개척해 헌당하게 해 달라. 셋째 신개발지에서 목회하고 넷째 복지목회를 원한다고 구체적으로 기도했지요. 하나님은 기도한 대로 응답해 주셨습니다. 훌륭한 목사님 밑에서 부교역자 생활을 했고, 경기 남양주 공동묘지 옆 창현교회를 개척해 헌당했습니다. 신개발지인 대전 송촌동에 내려와 천막 치고 시작한 교회가 바로 송촌교회입니다. 하나님께 소원을 기도하며 순종했더니 교회 부흥을 주셨답니다.”
천막에서 시작한 송촌교회는 돼지 키우는 돼지우리를 개조한 33㎡ 주택으로 확장됐다. 지하실을 갖추고 3층 상가 건물에 있다가 교회를 건축하고 컨벤션센터를 지었다.
2012년 완공된 송촌 컨벤션센터는 지역주민을 위한 공간이다. 센터 1층에 카페를 비롯한 다양한 크기의 공간을 개방한다. 독서실과 노인복지센터, 노인대학, 노인방문요양센터, 다문화교육, 취미교실, 문화강좌, 학생 졸업발표회, 탈북민 결혼식 등 여러 모임 장소로 제공한다. 각 당 전당대회 장소로도 제공했다. 방과 후 학생들이 공부하고 성품 교육을 받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컨벤션센터 문을 닫은 상태입니다. 카페 수익금은 모두 불우이웃돕기 성금과 장학금으로 제공하고 있어요. 이는 지역 주민과 소통을 위한 목회철학이기도 합니다.”
박 목사와 교인들은 어르신을 정성껏 섬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개척 초기부터 이어져 온 섬김 사역은 교인들의 자긍심이다. 지역사회에 교회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됐고 교회 부흥의 동력이 되고 있다.
매년 진행하는 ‘행복 축제’는 지역 어르신들의 축제의 장이다. 어르신에게 질 좋은 음식을 제공하고 준비하는 공연을 보여 드리고, 선물을 전달한다. 이 축제는 교회 행사를 넘어 대전의 대표적인 어르신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치면서 교회는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그는 예배회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목사는 “코로나19는 일상생활을 바꿔 놨다. 심지어 주일 예배까지도 ‘온라인 예배’라는 생소한 형태로 바뀌었다. 이러다 온라인 예배가 고착화하는 것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비대면 예배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하지만 그것이 타협의 결과물일 때 하나님이 기뻐하시지 않는다. 진리를 사수하기 위해 싸울 때 교회는 더욱 강하고 단합할 수 있다. 적당히 타협하면 교회는 분열하고 쇠퇴하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목사는 “방역을 위해 교회 예배를 제한하는 것은 상황에 따라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그 제한은 형평성과 공정성, 합리성에 맞아야 한다. 최근 정부의 교회 예배 제한과 폐쇄는 형평성과 공정성에 맞지 않는다. 교회의 미래가 달린 문제다. 막연히 시간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했다.
교회 건물 정면에는 알파와 오메가라는 큰 글자가 새겨져 있다. 세상의 처음과 마지막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알리기 위해서다.
교회 개척을 준비하는 후배 목회자들에게 그는 어떤 조언을 할까.
“하나님은 살아 계십니다. 지금도 여전히 일하고 계십니다. 평범한 이야기이지만 중요한 사실입니다. 머리로만 일하지 말고 인격적으로 살아 계신 하나님을 인정하고 의지하시기 바랍니다. 기도하면 됩니다. 더디 가도 바른 길을 택하십시오. 사역보다 하나님의 관계를 더 중시하십시오. 인내하며 최선을 다하시길 바랍니다.”
대전=글·사진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