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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식 ‘평범한 인간’ 아닌 ‘신적 존재’로 등장한 복제인간

영화 ‘서복’에서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으로 등장하는 서복(박보검·오른쪽)과 죽음을 앞둔 서복을 지키는 임무를 맡은 전직 정보국 요원 기헌(공유). CJ ENM 제공


복제인간을 소재로 한 최초의 한국영화가 나왔다. 영화 속에서 복제인간은 잠들지 않고 죽지 않으며 염력을 쓰는 신과 같은 존재로 그려진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영화 ‘서복’에서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으로 등장하는 서복(박보검)은 삶의 의미를 잃고도 목숨을 부여잡는 기헌(공유)에게 묻는다. “왜 사느냐”고.

교모세포종으로 죽음을 앞둔 전직 정보국 요원 기헌에게 서복을 안전한 곳으로 이송시키라는 임무가 주어지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연구소에서 평생을 살다가 세상 밖을 처음 마주하게 된 서복은 기헌에게 삶의 의미와 가치를 끊임없이 질문한다. ‘건축학개론’ 이후 9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이용주 감독은 영화에서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극대화하려 한다. 영화 속 인물들은 영생함으로써 오히려 삶의 의미를 잃어버릴까 두려워한다. 서복을 만들어낸 이들이 품은 영생을 향한 욕망 속에도 두려움이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진, 죽음에 대한 근원적 공포다.

이 감독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영생에 대한 욕망과 죽음에 대한 근원적 두려움이 양면의 거울과 같다고 생각해 서복이란 캐릭터를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시도는 할리우드 영화가 복제인간의 ‘평범성’을 부각한 것과 정반대다. 유전자 조작 인간을 다룬 앤드류 니콜 감독의 1997년작 ‘가타카’에선 복제인간의 특별한 능력보다 인간적 의지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복제인간이 활용됐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2005년작 ‘아일랜드’에선 백만장자의 소모품으로 활용되는 복제인간의 존엄성을 다뤘다.

이 감독은 복제인간 서복을 주체보다 관찰 대상으로 내세웠다. 그는 “기헌이 서복을 보는 시선이 제일 중요했다”며 “복제인간보다는 그를 보는 동행인 기헌의 시선에서 관객들이 바라보길 바랐다”고 말했다.

서복은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신적 면모가 두드러진다. 염력을 사용해 평범한 인간이 머리를 강제로 조아리게 만드는 모습이나 모든 인간을 죽이려고 하는 장면에서다.

자칫 거리감이 들 수 있지만, 이를 극복하게 해주는 건 때로 아이처럼 순수한 서복의 캐릭터다. 서복은 기헌과 여행에서 자신의 ‘운명’을 두려워하고 어린아이 같은 식욕과 물욕을 보인다. 기헌은 연민을 느끼며 마음을 연다.

복제인간에 대한 해석은 최근 종영한 드라마 ‘루카-더 비기닝’에서 같은 방식으로 쓰였다. 실험체 지오(김래원)는 우월한 생물들의 유전자를 조합한 새로운 생명체로 묘사된다. 몸에서 전기가 흐르고 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월한 존재로 설정한다. 주인공의 감정 묘사에 중점을 둔 전개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영화 ‘서복’의 서사 방식이 관객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까. 줄기세포 연구의 성공으로 만들어진 복제인간이 부작용으로 염력을 가진다는 설정은 다소 작위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 액션에 영화의 큰 줄기인 죽음에 대한 철학이 섞이는 건 쉽지 않은 작업이다. 공유는 “SF 장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데, 관객마다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영화가 가진 본질만 훼손되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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