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그리스도인은 1세기 그리스도인에 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있을까. 이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사료가 흔치 않아 성경에 언급된 정보나 미디어에 비친 모습으로만 단편적으로 이해하기 쉽다. 흔히 초대교회는 어부나 농부, 노예 등 당시 상류 계층과는 거리가 먼 이들이 구성원의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단순히 구술 전승에 의존해 예수 부활과 구원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세기 사상가 켈수스가 남긴 조롱 섞인 평가도 이런 이미지에 힘을 보탠다. “예수는 기초교육조차 받지 못한 사람에게만 제자를 얻었다. 기독교는 우둔하고 비천하며 바보 같은 자, 노예와 여자와 어린이에게만 매력 있는 종교로 일부러 교육받은 사람을 배척한다.”
초대교회는 정말 비천한 신분에 문해력이 낮은 이들로만 가득했고, 복음 전파는 이들의 기억력에만 의존했을까. 이 질문에 신학적 관점뿐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도 답하는 책들이 나왔다. ‘1세기 기독교와 도시 문화’ ‘1세기 그리스도인의 공동 읽기’(IVP), ‘바울, 교회에서 길을 찾다’(두란노)다. 출간연도와 저자의 국적, 다루는 주제도 서로 다른 세 권이지만 저자들이 강조하고자 하는 내용엔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1세기 초대교회 구성원의 사회적 수준과 문화, 선교방식은 현대인의 생각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미국 성서학자이자 초기 기독교 사회학자 웨인 믹스가 쓴 ‘1세기 기독교와 도시 문화’는 고대 문헌과 현대 연구자의 자료를 바탕으로 1세기 초대교회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다룬다. 특히 초대교회 구성원의 사회적 지위와 공동체 생활상을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저자는 현대 신학자의 연구결과를 비교한 뒤 사도행전과 사도 바울이 쓴 것으로 알려진 서신서에 등장하는 인물 80여명을 일일이 검토하고는 이런 결론을 내린다.
“바울 서신에 드러난 소소한 실마리를 따져 볼 때, 가장 존재감을 드러낸 전형적 그리스도인은 자유인 수공업자나 소규모 무역상이다. 일부는 집과 노예, 자비로 여행할 능력이 있을 정도로 부유해 초대교회의 예배처소를 제공했다.”
초대교회 성도의 사회적 지위는 타고나기보다 노력으로 부와 지위를 얻어낸 이들이 많은 편이었다. 이는 초대교회의 지도자에 오른 이들일수록 두드러진다. 저자는 당시 사회적 약자였지만 상당한 부를 소유한 여성이나 유대인, 기술과 자본이 있어도 출신 때문에 사회적 낙인에서 자유롭지 못한 노예 출신 자유인 등이 유독 초대교회로 모여든 상황에 주목한다. 그러면서 초대교회 공동체의 친밀한 사귐이 계급제 사회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큰 위로가 됐을 것임을 조심스레 추론한다. 또 다양한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가진 이들 덕에 초대교회는 평등과 사랑, 다양성과 개별성을 강조하는 특질을 갖게 됐다고 평한다.
‘1세기 그리스도인의 공동 읽기’는 호주 신약학자이자 목회자인 브라이언 라이트가 초기 기독교의 읽기 문화에 관해 탐구한 책이다. 저자는 1세기 초대교회가 예수의 삶과 복음을 전할 때 구술이나 실연, 공동체 기억 등에 의존해왔으며, 교회 내 글로 기록된 텍스트는 2세기 이후 나타났다는 통념을 반박한다. 1세기에 이미 ‘공동 읽기’ 관습이 교회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퍼져있어 기독교 전승이 구술로만 이뤄졌다고 보긴 힘들다는 것이다.
여기서 ‘공동 읽기’는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각자 텍스트를 읽거나, 특정인이 낭송하면 나머지는 들으며 그 내용을 이해하는 방식을 말한다. 저자는 로마 철학자 세네카와 유대인 역사가 요세푸스 등 당대 유명 사상가와 작가 20명의 작품과 신약성경에서 공동 읽기 관습이 드러난 본문을 도출해냈다. 이를 통해 초대교회에서도 텍스트 활용도가 높았고 성도들의 문해력도 낮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안희열 한국침례신학대 선교학 교수가 쓴 ‘바울, 교회에서 길을 찾다’는 가정, 회당 등에서 초대교회 공동체가 펼친 선교 활동에 돋보기를 들이댄 책이다. 저자는 다메섹과 데살로니가, 고린도와 에베소 등지에 바울이 세운 초대교회를 소개하며, 가족 단위로 미약하게 시작한 이 공동체가 어떻게 세계로 뻗어 나가게 됐는지를 추적한다. 1세기 초대교회 탐구로 성경을 깊이 있게 살피고, 지금의 한국교회에 시사점을 찾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