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독설로 여의도를 흔들고 있다. 1940년생으로 90세를 바라본다는 ‘망구(望九·81)’의 나이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심한 막말이 김 전 위원장 입에서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기고만장’ ‘자아도취’라고 일갈했지만, 정치적 노림수가 있어 보인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8일 마지막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주요 당직자들과의 티타임에서 “안철수 대표가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을 축하하며 ‘야권의 승리’를 운운했는데 건방진 소리다”라고 말했다. 재보궐 선거에서 협력했던 국민의당 안 대표에게는 모욕적인 표현이다. 장 의원은 “우리를 도와준 상대에게 고맙다는 말은 하지 못할망정, ‘건방지다’라는 막말을 돌려주는 것, 그것이 더 건방진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김 전 위원장은 11일, 13일 잇따라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을 깔아뭉갰다. 그는 자신이 있었던 당을 한마디로 ‘아사리판’이라고 지칭했다. 중진들의 당권 욕심에 휘둘리는 당 상황이 몹시 난잡하고 무질서해 엉망이라는 것이다. 그는 “더이상 애정이 없다. 국민의힘에는 절대로 안 가겠다”고 단언했다. 대선 지지율 1위를 달리며 정치 입문 시기를 엿보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이 아닌 ‘금태섭 신당’으로 갈 수 있다고 밝혀 국민의힘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이 독설을 내뱉으며 공세적으로 나선 데는 차기 대선에서 또 한번 ‘킹 메이커’ 역할을 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두 당에서는 “태상왕이라도 된 건가” “마시던 물에 침을 뱉는다” “도를 넘는 상왕 정치와 감별사 정치를 멈춰라” 등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성정상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며 뭔가 역할을 하려는 김 전 위원장이 결코 멈출 것 같진 않다. 기존 야당을 흔들어 ‘제3지대’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려는 고집 센 망구의 노정객을 누가 말릴까.
오종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