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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2년째…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우승컵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이 26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와 잉글랜드풋볼리그(EFL) 카라바오컵 결승전에서 0대 1로 패해 프로 데뷔 후 첫 우승의 기회를 놓친 뒤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독일 분데스리가 시절부터 손흥민과 인연이 있는 맨시티의 에이스 케빈 데 브라이너가 우는 손흥민을 안고 토닥이는 모습. 연합뉴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29)이 또다시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한 주제 무리뉴 감독이 경질되는 흉흉한 팀 분위기 속에서 손흥민은 프로 12년 만의 첫 우승에 도전했지만, 결국 눈물을 흘렸다.

토트넘은 2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와 2020-2021 잉글랜드풋볼리그(EFL) 카라바오컵 결승전에서 0대 1로 패했다.

경험이 일천한 라이언 메이슨(30) 감독 대행이 갑작스럽게 팀을 맡은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토트넘으로선 우승컵이 간절했다. 올 시즌 EPL 7위(승점 53)에 그쳐 차기 시즌 유럽대항전 진출이 불투명해진 데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선 16강에서 크로아티아 클럽 디나모 자그레브에 밀려 탈락했다. 16강에서 탈락한 건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카라바오컵은 마지막 남은 우승 기회였다.

하지만 맨시티는 강했다. 점유율을 내준 토트넘은 이렇다 할 공격을 펼치지 못했고 슈팅 개수(2-21), 유효슈팅(1-4)에서 크게 밀린 끝에 무기력하게 무릎을 꿇었다. 손흥민도 슈팅 ‘0개’의 부진 속에 팀 패배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결국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그만큼 우승이 간절했다. 2010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데뷔한 뒤 보낸 프로 12년 동안 손흥민은 매번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2016-2017시즌 리그에서 손흥민은 델리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손, 해리 케인과 함께 ‘DESK 라인’을 이루며 차범근의 빅리그 시즌 최다골이었던 19골을 넘는 21골을 넣었다. FA컵에서도 6골로 득점왕에 올랐다. 하지만 리그에서도, FA컵에서도 첼시가 우승 길을 가로막았다. 손흥민은 리그 2위, FA컵 4강의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다.

2018-2019시즌엔 유럽 챔피언이 될 기회를 놓첬다. 토트넘은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독일의 강자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4대 0으로, 8강에서 맨시티를 4대 4에 원정 다득점으로 물리치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준결승에선 아약스에 홈에서 0대 1로 패하고도 원정에서 후반 추가시간 6분 들어간 루카스 모우라의 버저비터 골로 3대 2로 승리하는 희대의 명경기를 만들어내 결승에 진출했다. 손흥민도 이 과정에서 4골로 활약했다. 하지만 리버풀은 강했다. 토트넘은 결승에서 0대 2로 완패했고, 손흥민은 경기가 끝난 뒤 눈물을 흘려야 했다.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우승 기회였던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결승에서 반세기만의 우승에 도전했던 한국은 호주에 연장 접전 끝에 1대 2로 패했다. FIFA나 AFC 주관 대회가 아닌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따낸 금메달이 손흥민의 유일한 우승 경력.

이날 경기 후 일카이 귄도안, 필 포든, 카일 워커, 케빈 데 브라이너 등 맨시티 선수들은 오열하는 손흥민에 다가가 껴안고 다독이는 훈훈한 모습을 연출했다. 경기 후 영국 미러는 “맨시티 선수들이 손흥민을 위로했지만, 그의 슬픔을 덜진 못했을 것”이라고 평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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