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이 미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할리우드를 동경하지 않는다”는 ‘돌직구’를 날렸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끝났지만 인터뷰마다 허를 찌르는 윤여정의 소신 발언이 계속해서 화제몰이를 하고 있다.
NBC는 27일(현지시간) ‘K-할머니는 할리우드에 반하지 않았다’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에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은 다른 많은 스타처럼 글렌 클로즈를 숭배하고 브래드 피트를 존경하지만 작은 주의사항이 있다”면서 “그는 할리우드에 별 관심이 없다”고 전했다. 미국 언론이 윤여정을 ‘K-할머니’라고 수식한 것은 처음이다.
윤여정은 인터뷰에서 “내가 미국에서 작업하면 한국에 있는 사람들은 내가 할리우드를 동경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난 할리우드를 동경하지 않는다. 내가 미국에 계속 일을 하러 온다면, 아마 내 아들을 한 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말했다.
윤여정의 솔직한 발언은 이어졌다.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 영화 ‘미나리’ 제작자 브래트 피트를 만난 얘기를 하며 “그에게 한국에 한 번 와달라 했고, 그렇게 하겠다는 대답을 들었지만 미국인의 말을 믿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인들은 말은 참 잘한다. 브래드 피트는 내 연기를 존경한다고 했지만 나는 늙었고 이제 그런 말에 속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여우조연상 후보에 함께 올랐던 동갑내기 배우 글렌 클로즈에 대한 존경도 다시 한번 표시했다. 윤여정은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서 당시 50대인 클로스가 20대의 순수함을 상징하는 여주인공 블랑쉬를 연기하는 장면을 보고 클로즈의 용기가 부러웠다”면서 “클로즈가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연기에 도전하며 열심히 노력함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NBC는 윤여정의 이런 모습을 두고 “엄청난 수상에 대해 ‘조금 더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계속해서 말하고 있다”면서 “윤여정은 강한 직업윤리를 가진 배우”라고 평했다.
같은 날 CBS방송의 아침 프로그램 ‘오늘 아침’과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는 “글렌 클로즈가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해 진행자를 당황시켰다. 진행자가 “글렌 클로즈가 상을 받길 정말 바랐는가”라고 다시 묻자 윤여정은 “그렇다. 그는 정말 열심히 연기하고 난 오랫동안 그의 연기를 보면서 존경해왔다. 다른 후보였던 올리비아 콜맨도 정말 뛰어난 연기자”라고 치켜세웠다.
CBS와 인터뷰에서 윤여정은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난 뒤 지쳐서 파티에도 가지 않고 집에 돌아왔다”면서 “그런데 조던 필 감독으로부터 고급 샴페인 ‘돔 페리뇽’ 선물이 와 있었다. 축하 카드에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고 적혀 있었다”고 밝혔다. 필 감독은 ‘겟 아웃’ ‘어스’로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미국의 영화감독이다.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 촬영 뒷이야기도 공개했다. 뇌졸중을 앓는 순자의 표정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셀러리 당근 육포 등을 입 안에 넣은 채 연기를 시도했다고 소개했다. ‘미나리’ 출연을 결심한 계기는 “한국계 미국인인 두 아들도 겪어 온 이민자의 고민에 대해 이해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