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예배당 문이 닫혔을 때 한국교회가 가장 먼저 한 대처는 예배 영상을 온라인으로 제때 송출하는 일이었다. 일각에선 ‘온라인 예배를 정통 예배로 볼 수 있느냐’는 논란도 있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온라인 예배가 보편화되자 이내 수그러들었다.
적잖은 감염병 전문가가 코로나19가 독감처럼 종식되지 않고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엔데믹(endemic)’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임시방편으로 여겨진 온라인 예배가 이제는 주요 예배 형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꽤 커졌다는 얘기다. 이제는 화면 앞에서 예배를 드리는 데 익숙해진 성도도 느는 추세다. 한국교회는 이런 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미국 초대형교회인 새들백교회에서 온라인 사역 담당 목회자로 활약 중인 저자가 이에 답이 될만한 책을 냈다. 베스트셀러 ‘목적이 이끄는 삶’을 쓴 릭 워런 목사가 이끄는 새들백교회는 미국서 온라인 사역에 탁월하기로 손꼽히는 교회다.
2017년 새들백교회에 합류한 저자는 북미와 남미, 유럽과 아시아 출신 성도로 꾸려진 온라인 소그룹 2100개를 이끌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온라인 예배를 드리는 이들을 소그룹에 적절히 배치하고, 온라인 양육을 진행하는 게 주요 임무다. 책에는 온라인 예배뿐 아니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유튜브 활용법과 홈페이지 재구성 방법 등 저자가 경험한 온라인 사역의 모든 비결이 세세히 담겼다.
미국 대형교회는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화상회의나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온라인 사역에 관심을 보였다. 새들백교회의 경우 2년 전 저자를 비롯한 온라인 사역팀에게 VR 기기를 지급했다. 사역자 먼저 VR을 활용해 소그룹 모임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 보라는 의미에서다. 특히 새들백교회는 예전부터 온라인 혁신을 지속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1992년 홈페이지를 만든 교회는 2009년엔 온라인 예배를 위해 영상 녹화를 시작했다. 2011년엔 온라인 예배를 생방송으로 제작했고 온라인 소그룹은 2013년에 시작했다. 온라인 전임 사역자는 2014년 선발했으며 온라인 사역팀은 2017년에 꾸렸다.
새들백교회가 온라인 사역에 집중해온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우리 성도와 비신자 모두 많은 시간을 온라인에서 보내기 때문이다.” 저자는 한 걸음 더 나가 온라인 사역의 초점을 미래에 놓을 것을 권한다. “온라인 사역을 해야 하는 이유는 당장 완성품을 보기 위함이 아니다. 다음세대가 더욱 멋지게 신앙을 펼쳐 나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향후 교회 공동체 모습이 ‘교회 집중형’이 아닌 ‘교회 분산형’이 될 것으로 예측하는 저자는 “교회 건물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그리스도인으로 행동하는 성도를 키우라”고 강조한다. 이런 형태의 교회 공동체에 알맞은 목회 방식으론 ‘온라인 소그룹 사역’을 추천한다. 저자는 “지금의 미국교회처럼 한국교회도 5~10년 뒤엔 온라인 소그룹 사역이 온라인 사역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온라인 소그룹 교재와 커리큘럼을 개발하는 게 앞으로 한국교회의 과제이자 목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VR과 AI를 활용한 소그룹 사역도 준비해 볼 것을 권한다. 삼성, 구글 등 세계적 기업이 이들 분야를 지속적으로 투자·개발 중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시대처럼 급히 예배 방식을 전환하는 식으로 대처하지 말고, 차근히 지금부터 준비해 나가야 한다는 게 저자의 조언이다.
책에는 한인 1.5세 목회자인 저자의 한국교회와 한인교회를 향한 각별한 애정이 곳곳에 드러난다. 저자는 “한국교회는 미국교회보다 5년은 늦은 거 같다”는 말을 새들백교회를 찾은 여러 한국인에게 듣고 마음에 걸려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역설적이게도 그는 IT 최강국인 한국 출신이라는 이유로 새들백교회에 입성했다. 저자는 말한다. “한국이 IT 최강국으로 알려져 있듯, 앞으로 한국교회도 온라인 사역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이다. 이로 인해 하나님 나라가 더 확장될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