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대동강 변에서 순교한 로버트 저메인 토마스(1839~1866) 선교사, 한국 최초의 성경인 ‘예수셩교누가복음젼서’를 번역한 존 로스(1842~1915) 선교사, 아프리카 선교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이비드 리빙스턴(1813~1873) 선교사. 이들은 모두 런던선교회의 파송을 받았다.
1795년 설립된 뒤 세계 선교의 초석을 다졌던 런던선교회는 1977년 세계선교협의회(CWM)로 이름을 변경했다. 최근 CWM을 이끌 총무에 금주섭 장로회신학대 교수가 선출됐다. 금 교수는 다음 달 말 본부가 있는 싱가포르로 출국한다.
CWM 선교국 국장과 세계교회협의회(WCC) 세계선교와전도위원회 국장을 역임한 금 교수는 가장 권위 있는 선교 학술지인 IRM(International Review of Mission) 편집장도 지낸 에큐메니컬 선교 분야 전문가다.
한국인이 국제 기독교 기관의 수장을 맡은 건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 총무를 지낸 안재웅 목사에 이어 두 번째다.
6일 서울 광진구 장로회신학대에서 만난 금 교수는 “선교사 파송에 집중하는 양적 선교에서 질적 선교로 전환돼야 하는 변혁의 시기가 바로 지금”이라며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선교사를 파송하는 한국교회가 이제는 선교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성숙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 교수는 한국 선교가 1910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선교사대회 때의 선교 정책에 머물러 있다고 했다. 당시 대회에 참석한 선교사들은 “당대에 전 세계를 복음화할 수 있다”는 선교 지상주의를 앞세웠다.
금 교수는 “1910년 이후 100년 동안 전 세계 기독교인의 비율은 33%에 머물러 있다”며 “많은 선교사를 파송해 전 세계를 복음화하겠다는 바람은 한 세기 동안 이뤄지지 않았는데 여전히 한국교회가 선교사 숫자에만 매달려 있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금 교수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뜨거운 사랑이 세상에 흘러넘치게 하는 게 선교의 본래 의미”라며 “파송 중심 선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이 세계선교를 이끈다는 자신감부터 내려놓고 현지 교회와 동역하는 공동체 선교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며 “혼자 선교할 수 있다며 인간적 욕심을 앞세우는 선교사는 어려움을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팬데믹 시대에 필요한 선교사는 하나님 나라를 실현하기 위해 힘쓰는 선교 운동가인 동시에 다문화·다인종 사회에서 현지인과 조화롭게 동역할 수 있어야 한다”며 “선교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선교학까지 전공한다면 더없이 좋은 자질을 갖춘 선교사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금 교수는 ‘CWM 온라인 선교학 과정’을 개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선교사들이 세계 유수의 명문대학에서 많은 돈을 들여 선교학을 전공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저명한 학자들을 초빙해 선교지에서 무료로 선교학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교육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