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상 못한 행운이 좋다. 정당하게 일하고 직접 맺은 결실만 내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던 때도 있었는데 변해도 참 많이 변했다. 열심히 살아도 딱히 쥐어지는 게 없던 시절을 보내면서 비겁해진 건가 자문도 했었지만, 종교를 갖게 된 후 삶이 가끔 주는 선물이라고 여기고 기쁘게 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다른 이에게 특별한 이유 없이 선물하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나름의 이유는 있다.
상대에 대한 애정이 있고 문득 어떤 물건과 그 사람이 떠올랐을 때 그 마음을 놓치지 않고 성큼 선물을 건넨다. 그럴 때 받는 사람의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기쁘게 받아주는 사람이 제일 고맙지만 아닌 경우도 많다. 어떤 목적이 있는 게 아닐까 의심하기도 하고, 갚아야 할 빚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소비벽이 있는 사람으로 오해하기도 하고, 자기가 부족해 보였던 건지 자괴감을 갖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느닷없는 선물에는 적절한 설명이 필요하다.
경솔한 선물은 참사를 일으키기도 한다. 우연한 기회에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의 방과 후 학습 봉사를 맡았던 적이 있다. 쉬는 시간에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자기들끼리 극장에서 함께 영화를 봤던 추억을 행복하게 떠드는데, 마침 내 가방 안에는 없어도 그만인 영화관람권 2장이 있었다. 이틀 후 2장을 더 구해와 4명의 아이들에게 은밀한 선물을 했다. 뛸 듯이 기뻐하며 기왕이면 토요일에 만나서 한참 더 놀아보자는 모의까지 하는 걸 듣게 됐다.
형편이 어려운 아이도 있을 텐데 그 용돈은 어떻게 충당할까 싶은 걱정에 현금 2만원을 끼워준 게 실수였다. 센터 선생님께는 절대 비밀이라고 했지만 그날 저녁 바로 전화가 왔다. 전화를 통해 짧고 싸늘한 질타를 받았고 봉사는 그걸로 끝났다. 잘하는 일이 아닐 수 있고 부작용도 있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뜻밖의 행운을 주고 싶은 마음이 컸었다. 어린이날을 지나다 보니 그 행복해하던 얼굴들이 아련하다.
윤소정 패션마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