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는 한국교회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영적 감동이 없는 관리목회, 권위주의 목회, 형식적 행사 등 비본질적인 요소를 대폭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신현모 전주 바울교회 목사는 서울신대를 졸업하고 1996년 미국 유학길에 올라 21년간 이민자로 살며 목회했다. 풀러신학교 목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2017년 귀국 후 용인 비전교회를 담임하다가 2020년 5월 바울교회에 부임했다.
9일 바울교회에서 만난 신 목사는 “고된 유학 생활을 하면서 성도들이 생존을 위해 어떻게 몸부림치는지 직접 체득했다”면서 “그때 현장 경험이 없었다면 지금의 서번트 리더십은 절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 생활은 그의 목회 가치를 바꿔놨다. 사모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보조했다. 신 목사는 “31세에 유학을 떠날 때만 해도 부친이 중형 교회를 담임하는 데다, 내가 노력하면 얼마든지 목회를 할 수 있다는 자만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면서 “하지만 아내와 성도들이 힘겹게 돈을 벌어 어떻게 헌금하는지 직접 경험했기에 헌금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고 철저히 낮아지게 됐다”고 회고했다.
신 목사는 “목회자로서 교회 화장실 청소까지 직접하면서, 미국의 소수 이민자 신분인 한인을 돌봤다. 그때 한국에서 가져간 권위의식을 내려놨다”면서 “그러자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성도들에게 어떻게 다가서야 하는지 보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이민목회를 하면서 한 영혼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절감했다. 지금도 성도 한 명이 상처를 받았다고 하면 가슴이 벌렁벌렁 뛴다”며 웃었다.
2002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얼바인연합선교교회를 개척했다. 아메리칸 드림과 자녀교육의 열망이 큰 이민자들의 영적 갈급함이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라클 모닝’이라는 이름의 새벽기도회에 집중했더니 다른 교회 성도들이 설교방송을 하라며 후원을 해줬다.
2017년 경기도 용인 비전교회에서 청빙이 들어왔다. 그가 한국에 와서 놀란 것은 체면 문화와 과도한 횟수의 설교였다. 곧바로 비본질적인 문화부터 바로잡았다.
신 목사는 “장기결석자를 교인수에 포함하고 교세를 과장하는 것은 기독교 본질에서 벗어난, 유교 문화의 산물이었다”면서 “특히 미국에선 주중 설교가 5~6회를 넘지 않았는데, 한국은 10회가 넘었다”고 했다. 이어 “담임목사의 강단에 지나치게 편중된 목회방식은 목회자의 탈진을 초래하고 재교육 기회를 박탈해 성도와 교회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그는 담임 목회자와 부교역자, 목회자와 성도 간 소통이 단절되는 현상도 목격했다. 신 목사는 “점심식사와 교역자 회의 때 성도들과 부교역자들이 옆으로 물러서고 갑자기 도열하는 모습을 보며 깜짝 놀랐다”면서 “목회에서 권위가 필요하긴 하지만 소통까지 막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목회자는 기도와 말씀 섬김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목사는 비전교회에서 ‘글로벌 킹덤드림’을 외치며 건물을 짓기보다 다니엘과 요셉 같은 인재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더니 교회가 질적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민목회처럼 성도들에게 이해를 구하며 섬김의 목회를 펼쳤더니 변화가 있었다.
부흥의 소문은 전북지역 최대 교회인 바울교회까지 전해졌다. 신 목사는 “바울교회는 원팔연 원로목사님이 탁월한 리더십에 따라 40여년간 선교와 복음전도에 앞장섰던 교회”라면서 “선대의 목회 리더십을 이어받아 다음세대를 이끌어갈 리더를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시대 창의적인 목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교역자와 직원들이 모여 넥타이를 풀고 회의를 한다. 신 목사는 “회의의 목적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놓고 해결책을 찾는 데 있지 군인처럼 절도를 지키고 눈치를 보는 데 있지 않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교회의 회의문화도 바꿔야 한다”고 충고했다.
세대 간 신앙을 공유하고 신앙유산을 물려주기 위한 ‘온가족 예배’, 토크쇼 형태의 송구영신예배인 ‘하춤바 콘서트’, 부활절을 앞두고 하루 한끼 금식하며 모은 헌금을 전통시장 상품권으로 만들어 사용했던 ‘거룩한 소비운동’ 아이디어도 창의성을 중시하는 회의에서 나왔다.
한국교회와 미국 한인교회를 경험한 그에게 코로나19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신 목사는 “코로나19는 위기이지만 형식적으로 체면상 했던 비본질적인 군살을 빼는, 체질개선과 변혁을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학부 때 영상을 전공하고 신대원을 졸업한 부교역자를 청빙했다”면서 “인정을 하든 않든 간에 현장예배에 올 수 없는 분들이 가상공간에서 예배를 드릴 수밖에 없는 영상미디어 시대가 됐다. 그만큼 교회의 스펙트럼이 넓어졌다는 뜻으로 여기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목사는 “사람들은 위기상황이 닥치든 거리가 멀든 상관 않고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맛집을 찾아간다”면서 “교회도 위기의 때 진짜 영성의 맛, 섬김의 맛, 인격의 맛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주=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