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1898년 미국 프린스턴신학교의 스톤 강좌에 초대된 카이퍼의 여섯 개의 강연을 모은 것이다. 강연의 여섯 가지 주제는 기독교를 공격하는 현대주의 사상과 관련돼 있다. 책은 모든 권위로부터의 해방을 말하는 인간 중심 사상과 진화론에서 대두된 범신론, 교회에 침투한 자유주의와 신비주의라는 도전 앞에 포효하듯 삶의 체계로서의 기독교를 선포하며 현대주의의 모순을 드러낸 탁월한 변증서다.
저자는 먼저 칼빈주의가 무엇인지 말하기 위해 역사 속에서 칼빈주의가 어떻게 형성되고 활용됐는지 설명한다. 하나님과 성경을 중요시하는 칼빈주의라는 안경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하나님과 인간, 세계를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두 번째로 다루는 주제인 ‘칼빈주의와 종교’에선 일반적으로 종교는 인간에서 출발해 인간의 유익을 위해 존재하지만, 참된 종교는 하나님에서 시작되고 하나님을 위해 존재한다고 말한다. 또 참된 종교는 인간이 통합적이고 체계적으로 하나님 앞에서 살 수 있도록 이끈다고 말한다.
세 번째 주제 ‘칼빈주의와 정치’에서는 일반은총으로서의 정부의 역할을 설명하며 인간의 죄로 인해 정부가 탄생했지만 모든 정부의 권위는 하나님의 주권에서 나옴을 말한다. 이와 함께 종교가 정치의 영향을 받지 않는 ‘영역 주권’ 사상을 설명한다. 네 번째 주제 ‘칼빈주의와 학문’에서는 통합적인 학문의 본질에 가까이 가려면 하나님과 그분이 만든 세상에 관한 바른 이해가 필수적임을 말한다. 모든 학문은 신앙에서 출발해야 하며, 세상에 있는 모든 진리는 다 하나님의 진리임을 강조한다.
다섯 번째 주제 ‘칼빈주의와 예술’에선 하나님이 만든 아름다움이 인간의 타락으로 붕괴됐음을 설명한다. 그러면서 예술은 부패한 세상 가운데 더 높은 실재와 보이지 않는 세계가 있음을 알려주는 나침반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마지막 주제인 ‘칼빈주의와 미래’에서는 혼탁한 시대 정신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성경의 권위를 인정하는 것’과 ‘하나님의 절대주권을 인정하는 것’을 제시한다. 인간의 사상은 하나님과 연결되지 않을 때 모순이 발생하기에, 하나님의 계시에 근거한 사상만이 통합적으로 하나님과 인간, 세상을 설명할 수 있다.
카이퍼가 ‘칼빈주의’란 용어를 사용해서 칼빈주의자가 아닌 이들이 이 책을 멀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카이퍼가 말하는 칼빈주의는 기독교의 한 분파를 뜻하는 게 아니다. ‘하나님의 절대주권과 성경의 권위를 믿는 계시에 의존해 사색하는 건전한 기독교적 가치’를 말한다. 책은 다양한 기독교를 향한 현대 사상의 공격을 무력화시킨다. 또 기독교가 성경에 갇힌 신앙이 아닌 삶을 살아가는 모든 전반의 원리이며, 체계임을 밝히 드러낸다.
고상섭 목사(그사랑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