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미분류  >  미분류

[살며 사랑하며] 좋은 사람 되기, 나쁜 사람 안 되기



얼마 전 친구와 같은 듯 다른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나의 말에 친구는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라고 응수했던 것이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과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의 차이는 무엇일까? 궁금했지만 더 급한 화제가 있었기에 이야기를 진전시킬 수 없었다.

그러다 며칠 전 우리는 다시 그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다. 친구에게 물었다. “좋은 사람이 되는 것과 나쁜 사람이 되지 않는 것은 똑같은 것 아니에요?” 친구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예를 하나 들어 달라고 부탁하자 친구가 말했다. “예를 들자면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들은 기부를 하죠. 여기저기 후원도 하고요. 저는 하지 않아요. 대신에 저는 세금을 제대로 내죠. 탈세를 하고 싶지 않아요.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으니까요. 후원이나 기부까지 하면 나쁜 사람이 안 되면서 좋은 사람까지 될 수 있으니 참 좋겠지만 그러려면 저는 돈을 위해 하루 종일 노동에 매달려야 해요. 전 그러기는 또 싫어요. 좋은 일을 하면서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생각도 없고요. 저는 그냥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만 집중하고 싶어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과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이토록 다를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아무 말도 못 하고 입을 벌리고 있는 나에게 친구가 덧붙였다. “기업들 보면요. 어떻게든 세금 덜 내려고 발악을 한단 말이에요. 그래 놓고 불우이웃 성금 보내면서 좋은 기업인 척하고. 저 같은 사람에게는 그런 게 얄미워 보이는 거죠.”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만 생각해 왔던 나는 그동안 본의 아니게 편식을 해 왔다는 걸 깨달았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것,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 것, 양쪽 다 골고루 먹어야 하는 반찬. 매 끼니 성실하게 양쪽의 태도를 챙겨 먹을 때 세상은 이전보다 얼마나 빠른 속도로 좋아질까 아득하게 계산해 보았다.

요조 가수·작가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