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을 구분하는 기준은 뚜렷하지 않다. 보통 경제가 고도로 발달하고 다양한 산업과 복잡한 경제체계를 갖춘 국가를 선진국이라고 한다. 단순히 소득만 높아서는 안 된다. 오일머니로 부유해진 중동 산유국들은 공업화가 진행되지 않아 선진국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국민 1인당 소득수준에 산업인구 구조비율, 교육·문화수준, 무역지수, 기대수명지수, 언론자유지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2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했다. 1964년 UNCTAD가 설립된 후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가 변경된 나라는 한국이 처음이다. 그간 한국은 아시아 아프리카 등 주로 개발도상국이 포함된 그룹 A에 속해 있었는데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 31개국이 속해 있던 그룹 B로 변경된 것이다. 주제네바 한국대표부는 이를 “역사적인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나날이 높아지는 대한민국의 위상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좋은 소식이다.
사실 국제사회가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한 것은 오래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이 1991년 가장 먼저 한국을 선진국으로 지정했고, 세계은행도 96년 같은 조치를 취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이에 걸맞은 의무를 다해주길 요구해왔다. 평화유지군 활동과 환경 문제에 의 적극 참여가 그런 예이다. 하지만 때로는 우리 스스로 선진국임을 부정하면서 환경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처해 국제사회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한국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연속해서 초대받고, 1인당 GDP도 G7 국가인 이탈리아를 추월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높아진 국가 위상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와의 연대와 협력에도 앞장서야 한다. 지난 5월 말 P4G 정상회의를 개최하며 기후변화 대응에 부응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국내에도 민생 문제가 쌓여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집단면역 형성이 시급하다. 자영업자의 눈물도 닦아주어야 한다. 이번 결정을 계기로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한승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