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대규모 국제행사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는 1만5000여명이지만 205개 올림픽위원회(NOC)와 33개 종목 단체 임직원, 취재·중계진을 포함하면 8만여명이 일본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에 대한 방역망 구축이 도쿄올림픽의 성패를 좌우한다. 하지만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서류에만 집착하는 일본의 준비 과정은 개막 이후의 대혼란을 예고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도쿄올림픽 참가자 전원은 본인이 체류하는 초반 14일의 활동 계획을 담은 ‘액티비티 플랜’을 작성해야 한다. 입국 날짜와 시간, 도착 공항과 항공편명, 격리 시설과 숙박업소, 경기장 77곳을 포함한 올림픽 시설 가운데 방문 예정지 등을 모두 엑셀 파일로 작성해 일본 정부에 제출하는 식이다. 일본 정부는 이 서류를 심사해 입국 승인·거부를 결정한다.
일본 정부로부터 입국 승인을 얻으면 ‘ICON’(감염 관리 지원시스템)을 통해 입국 예정자의 체온과 건강 상태를 매일 등록하게 된다. 이 모든 작업은 각 선수단, 체육단체, 언론사마다 1명씩 지정된 ‘CLO’(코로나19 연락 담당관)에 의해 진행된다. 일본 입국 96시간 전에는 두 차례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을 확인하는 서류를 발급받아야 한다.
일본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 모든 작업을 전산망 업로드나 이메일 발송을 통한 ‘서류 제출’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CLO 중 일부는 개막일을 20일도 채 남기지 않은 지금까지 일본 입국 심사를 완료하지 못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4일 “종목별 국가대표 선수단이나 언론사에서 입국을 거부당한 사례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면서도 “액티비티 플랜을 제출한 CLO 가운데 일부는 일본 정부의 입국 승인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서류를 통해 올림픽 방역망을 구축할 계획을 세웠지만, 완전한 통제는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입국한 선수단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세르비아 조정 국가대표 1명은 이날 도착한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 검역소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달 20일 입국한 우간다 선수 2명을 포함하면 확진자는 3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모두 일본 정부에 서류를 제출하고 코로나19 음성 판정도 받았다.
일본 정부와 IOC, 도쿄도 등은 당초 경기장마다 50% 선에서 수용할 계획이던 관중 대책을 오는 8일 재논의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