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오리라곤 생각도 못했던 2018년 봄 어느 날, 민호기 목사는 자신만의 루틴대로 이날도 집 안 곳곳에 쪽지를 붙였다. 곡을 쓸 때 가사를 먼저 쓴다는 민 목사는 이렇게 쓴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을 쪽지에 적어 집 냉장고나 거실 벽에 붙이고는 한참을 바라본다고 한다.
지난해 배우 이성경씨가 다니엘기도회에서 불러 화제가 됐던 ‘원하고 바라고 기도합니다’(원바기)도 이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지난달 22일 대구 대신대에서 만난 민 목사는 “아내가 싫어하는 습관이긴 한데 원바기도 가사를 집 곳곳에 붙여 놓고 3~4일을 들여다봤다”며 “순간 곡이 툭 흘러나와 빠르게 작업을 했다. 곡을 쓰는 데는 10분도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실 원바기는 자녀들을 위한 기도문에서 시작됐다. 민 목사는 “아들이 두 명 있는데 이들에게 물려줄 신앙의 유산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 가정용 기도문을 작성했다”며 “여기에 곡을 붙인 게 원바기”라고 전했다. 그는 “‘하나님의 꿈이 나의 비전이 되고, 예수님의 성품이 나의 인격이 되고, 성령님의 권능이 나의 능력이 되길’이라는 가사가 있다”며 “아이들이 이 노래대로 커 갔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덧붙였다.
노래 제목은 민 목사 부모의 기도문에서 따왔다. 민 목사는 “부모님께서 날 위해 기도할 때마다 늘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던 게 ‘원하고 바라고 기도하옵나이다’였다. 그런데 내가 부모가 돼 같은 기도를 하고 있더라”며 “자연스럽게 원바기 가사에도 그 문구가 들어갔고 그게 제목이 됐다”고 말했다. 나중에 민 목사 아버지께서 직접 원바기를 민 목사에게 불러주신 적이 있는데 민 목사는 그때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내가 내 아이를 위해 만든 찬양이지만 이렇게 아버지의 입을 통해 들으니 그것도 큰 은혜가 됐다”고 말했다.
자녀를 위한 기도문으로 곡을 만든 것이다 보니 첫 공개 역시 가정예배에서 이뤄졌다. 민 목사는 “한두 달 정도 가정예배 때 안방에서 가족들과 함께 원바기를 불렀다”며 “노래 발매 전 가족들과 함께 패키지여행으로 유럽을 간 적이 있는데, 그때도 우리끼리 가정예배를 드리면서 이 곡을 불렀다”고 말했다. 그는 “두 번의 주일을 보내는 동안 한 번은 스위스 알프스산 아래서, 한 번은 바티칸 한 구석에서 기도하며 불렀다. 아직도 그때의 좋았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이때만 해도 원바기가 세계 여러 나라에서 불리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민 목사 말대로 원바기는 현재 10여개국에서 그들의 언어로 번역돼 불리고 있다. 골방에서 만든 노래가 열방으로 뻗어나간 셈이다. 민 목사는 “코로나19 전 기아대책 홍보대사로 탄자니아에 간 적이 있다”며 “그곳에서 아프리카 아이들이 스와힐리어로 원바기를 부르는 모습을 봤는데 너무 큰 감격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캄보디아어 힌디어로 불리는 원바기도 들었다고 한다.
민 목사는 자신의 노래가 자신보다 더 훌륭한 사역자라고 말한다. 이씨가 불러 화제가 됐을 때 이를 더 크게 느꼈다고 했다. 당시 이씨가 부른 원바기 영상은 사흘 만에 조회수가 50만에 육박했고, 한 포털에서 그달의 인기영상 1위를 차지했다. 지금도 인기는 여전해서 8일 현재 391만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원바기라는 애칭도 이때 생겼다. 그는 “코로나19 상황 속에 꼼짝 못할 때도 내 노래는 열심히 사역하고 있더라”며 “하나님 역사는 참으로 놀랍고 우리 생각을 훌쩍 넘어선다”고 말했다.
민 목사는 “주변에선 ‘민호기 10년 주기설’을 얘기한다”며 “98년 ‘하늘소망’, 2008년 ‘십자가의 전달자’, 2018년 원바기 이렇게 10년에 한 번씩 좋은 곡을 쓴다고 우스갯소리를 한다”고 웃었다. 하늘소망과 십자가의 전달자는 원바기와 함께 민 목사를 대표하는 곡으로 선교사들이 뽑은 찬양 베스트 10에 들어가 있다.
민 목사는 앞으로도 메신저로서 주님 사역을 잘 감당해 갈 계획이다. 그러면서 그는 “제 연약함으로 인해 원바기 같은 곡들이 못 불리게 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며 “주 안에서 더 바르게 살도록 노력하며 나아가겠다”고 전했다.
대구=글·사진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