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31일 김우진 선수가 1점 차이로 8강에서 탈락했다. 한 외신 기자가 “충격적인 결과로 대회를 마치게 됐다”고 하자 김우진은 이렇게 말했다. “스포츠는 결과가 정해져 있지 않다. 언제나 바뀔 수 있는 것이고 그래서 열광할 수 있는 대상이다. 전혀 충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올림픽을 잘 마쳤다. 더 쏠 화살은 없다.” 그의 의연한 인터뷰는 감동적이었다. “아쉽지만 그게 또 삶이 아니겠느냐. 어떻게 해피엔딩만 있겠느냐”고도 했다. 맞는 말이다. 국가대표가 되어 올림픽 무대에 선다는 것만도 대단한 것 아닌가. 이번 대회 아시아 신기록을 세운 수영의 황선우 선수. 메달은 못 땄지만 쿨하게 말했다. “멋진 선수들과 뛴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 이제 18세인데 세계 5위를 했다. 너무 잘했다.
동메달을 목에 건 유도 선수 안창림은 금메달을 놓친 아쉬움을 이렇게 말했다. “하루하루,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살아왔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이것도 인생. 다음 할 일은 다음 경기를 위해 훈련하는 것이다.” 유도 선수 조구함은 결승전에서 자신을 이긴 일본 선수의 손을 번쩍 들어 축하했다. 결선에 꼴찌로 올라와 당당히 은메달을 거머쥔 사격의 김민정 선수는 긍정과 낙관을 보여줬다. 메달 색을 결정짓는 슛오프 때는 떨리기는커녕 “너무 재미있어 웃었다”고 말했다. 탁구 선수 신유빈과 풀 세트 접전을 벌였던 룩셈부르크 니시아리안. 58세인 그가 41세 차이가 나는 어린 선수에게 진 뒤 한 말이 인상적이다.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보다 젊다. 도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즐기는 것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폭염과 코로나로 하루하루 그저 버티고 있는 국민에게 올림픽은 짜릿한 기쁨을 준다. 메달을 못 따도 괜찮다. 주눅 들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면 된다. 선수들이 흘렸을 땀을 알기에, 그들의 절실함을 느낄 수 있기에. 선수들은 모처럼 우리를 하나가 되게 만들었다. “우리 곁에 있어줘서 고맙습니다!”
한승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