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뛰기는 고대 올림픽 때부터 있어온 육상 종목이다. 19세기에는 국제 경쟁도 많이 벌어져 1895년에 영미계 마이클 스위니 선수가 1m97을 뛰어넘어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여성한테도 적합한 운동으로 받아들여져 1928년 암스테르담올림픽 때 여자 종목도 채택됐다. 날개 없는 인간의 한계를 겨루는 스포츠인지라 기록은 잘 깨지지 않는 편이다. 현재 남자 신기록은 쿠바의 하비에르 소토마요르가 1993년에 세운 2m45, 여자 신기록은 불가리아의 스테프카 코스타니노바가 1987년에 작성한 2m9다.
국내에선 비인기종목인 높이뛰기가 갑자기 유명세를 탔다. 1일 도쿄올림픽 남자 높이뛰기에서 우상혁 선수가 2m35를 넘어 기존 자신의 최고기록은 물론, 한국 신기록까지 깬 것이다. 2019년에 부상으로 꽤 오랫동안 슬럼프에 빠져있었던 우 선수가 이렇게 좋은 기록을 세울 줄은 주변에서도 기대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우 선수가 올림픽 개최 전에 찍은 영상을 봤더니 어쩌면 기록 수립은 예고돼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우 선수는 영상에서 슬럼프를 극복하고 참가하는 올림픽인 만큼 마음가짐이 남달랐다고 말했다. 달성하기 어려웠어도 처음부터 메달을 목표로 연습했다. 좋은 기록을 내겠다는 각오로 등에 오륜기와 함께 ‘야망과 열정’이란 글씨를 새긴 문신도 했다. 또 김도균 코치가 해준 “이제 알에서 깨어날 때가 됐다”는 말을 늘 되뇌었다. 그리고 연습할 때마다 바(bar)를 바라보며 “저기 가만히 있는 ‘높이’에 지기 싫다”고 다짐했다. 마침내 그는 “평생 남을 경기를 뛰겠다”는 영상에서의 약속처럼 진짜 잊혀지지 않을 경기를 펼쳤다. 슬럼프를 이겨낸 뒤 보다 높은 목표를 내걸어 열심히 노력하고, ‘지기 싫다’는 다짐 끝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퍼포먼스로 얻어낸 값진 승리였다. 이런 우 선수의 신기록 달성 과정을 인생을 살며 부닥칠 어려움을 극복하는 일에 적용해봐도 좋을 것 같다. 여러분이 뛰어넘고 싶은 바는 어떤 것입니까?
손병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