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공공 언어를 쉬운 우리말로 다듬는 노력은 해당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 정책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복지 분야의 경우 어려운 공공 언어를 사용하면 정책을 적용 받는 대상이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장벽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용어를 이해하기 쉽도록 전달해야만 정책 수혜를 받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제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신청할 수 있게 된다. 사회 안전망을 튼튼하게 하는 데 쉬운 우리말 쓰기 노력이 중요한 이유다.
대표적인 표현 중 하나가 ‘바우처’다. 이용권을 뜻하는 이 단어는 ‘급식 바우처’ ‘에너지 바우처’ ‘검진 바우처’ 등으로 쓰인다. 결식 우려가 있는 아동들에게 일종의 충전식 선불카드를 지원하는 ‘급식 바우처’는 ‘급식 이용권’으로 바꿔서 사용하면 뜻이 명확해진다. ‘에너지 바우처’도 ‘에너지 이용권’으로 사용하면 의미가 보다 분명해진다. ‘검진 바우처’는 장애인 건강권을 위해 질환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책이다. 정책 설명자료에 등장하는 이 표현은 ‘검진 이용권’을 제공한다고 표현하면 훨씬 자연스럽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은퇴 이후에도 생산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젊음을 유지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복지 제도 역시 이러한 흐름에 맞춰 은퇴 이후 삶에 활력을 주는 정책이 필요해지고 있다. 이들을 일컬어 쓰는 ‘액티브 시니어’라는 표현은 ‘활동적 노년’이라는 우리말로 다듬으면 의미 전달이 쉬워진다. 이 밖에도 장애인들이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하는 환경을 뜻하는 ‘배리어프리’는 ‘무장벽’ 등으로 사용하면 용어 뜻을 이해하기 훨씬 쉽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