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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코너] 누구를 위한 ‘제로 코로나’인가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중국에서 보름 넘게 산발적 감염이 이어지고 있다. 10월 중순 간쑤성과 네이멍구자치구를 다녀온 여행객이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31개 성급 지역 중 16곳에서 800명 넘는 확진자가 나왔다. 중국이 방역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수도 베이징도 뚫려 비상이 걸렸다.

으레 그렇듯 중국 곳곳에선 확진자가 머문 지역의 건물이 봉쇄되고 주민 전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가 진행 중이다. 팬데믹 2년, 주요 국가들이 ‘위드 코로나’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지만 중국은 아니다. 중국은 이런 때일수록 더더욱 제로 코로나를 고수해야 한다며 방역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일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한 당 중앙이 방역 인민 전쟁에서 완승했다’는 기사를 1면에 실었다. 시 주석의 결단으로 전례 없이 엄격한 통제 조치를 실시해 코로나 확산을 막았고 14억 인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켰다는 내용이다. 지난 1일 기준 중국의 공식 누적 코로나 확진자는 9만7314명, 사망자는 4636명이다. 전 세계 누적 사망자는 500만명을 넘어섰고 이 중 미국에서만 76만명, 인도에서 45만명이 숨졌다. 중국 정부 발표를 신뢰할 수 있느냐는 차치하고 숫자만 놓고 본다면 중국의 방역 정책은 적잖은 성과가 있었다. 중국은 해외 입국자에 대한 3주 시설 격리, 코로나 발병 시 지역 봉쇄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의 코로나 봉쇄는 언제쯤 풀릴까. 중국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던지면 열에 아홉은 “내년 하반기”라고 답한다.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어떤 조건이 형성되면 방역 조치를 완화하겠다고 밝힌 적이 없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은 내년 가을 열리는 공산당 20차 당대회를 봉쇄의 종점으로 여기고 있었다. 시 주석의 3연임 확정과 방역 정책이 맞물려 있다고 보는 것이다.

다음 주 열리는 중국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9기 6중전회)는 시 주석 3연임의 초석을 놓는 자리다. 공산당 핵심 엘리트들이 베이징에 모여 ‘당의 100년 분투의 중대한 성취와 역사적 경험에 관한 결의’를 심의하는데, 공산당 역사상 역사 결의가 채택된 건 1945년 마오쩌둥과 1981년 덩샤오핑 시기 두 번뿐이다. 6중전회에서 영도 지위를 확립할 시 주석은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 장기 집권의 명분을 쌓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중대한 정치 일정을 앞둔 시 주석으로선 코로나가 통제 불능으로 번지는 상황을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시 주석은 이미 지난해 9월 코로나 전쟁 승리를 선언하고 표창 대회까지 열었다.

그러나 중국에선 봉쇄와 해제가 반복되는 데 따른 피로감이 상당하다.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미얀마와 국경을 접한 윈난성 루이리시다. 이곳에선 지난 3월부터 계속된 봉쇄와 해제에 지친 주민들이 하나둘 도시를 떠나 50만명이던 인구가 반년 새 20만명으로 줄었다. 서방 언론들은 중국식 제로 코로나 정책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물론 위드 코로나만이 정답은 아니다. 코로나와의 공존을 택한 영국 러시아 네덜란드 등은 확진자가 폭증하자 다시 방역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방역 수위를 정할 때 경제에 미치는 영향, 시민들의 일상 복귀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지 정치 스케줄을 앞세우지 않는다. 중국은 국가 위기 상황에서 사회 전체 이익을 위해 개인의 의사와 자유를 제한했고 그 성과를 중국식 민주주의로 포장했다. 주변 국가들이 코로나로 걸어 잠갔던 빗장을 풀 때도 중국은 나홀로 봉쇄를 감내할지 지켜볼 일이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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