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의 바다가 있습니다. 요정의 노래에 빠져 넋이 나간 사람들은 스스로 바다에 몸을 던집니다. 어떻게 이 바다를 지나갈 수 있을까요. 일찍이 신화 속 오디세우스는 뱃사람들의 귀를 밀랍으로 틀어막고서 세이렌의 바다를 건넌 적이 있지요. 그렇게 해야 할까요. 아닙니다.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노래를 부르는 것입니다. 모두 함께, 요정의 노래보다 더 크고 더 힘차게 노래를 부르는 것입니다.
“그들은 찬송을 부르고서, 올리브 산으로 갔다.”(막 14:26, 새번역) 이미 유다가 배반했습니다. 조만간 베드로도 세 번이나 부인할 것입니다. 머지않아 제자들은 오합지졸로 뿔뿔이 도망쳐버리겠지요. 그런데 예수님은 그 제자들에게 친히 마지막 식탁을 차려주십니다. 당신의 몸을 떼어 주시고 보혈을 흘려 주시는 새 언약의 만찬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겟세마네 동산에 오르시고,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실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 길을 찬송을 부르며 가시네요. 그렇습니다. 십자가의 길은 함께 찬송을 부르며 가는 길입니다.
오늘은 삼일절이네요. 이 땅 그리스도인들이 일어나 함께 노래를 부른 날입니다. 일제의 총성보다 더 크고 우렁차게 해방의 노래를 부른 날입니다.
서재경 목사(수원 한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