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 같은 초접전은 없었다. 여론조사가 엎치락뒤치락하며 끝까지 승부를 알 수 없는 박빙의 선거였다. 나는 두 후보에게 찬사를 보낸다. 다만 목사의 관점에서 선거 관전평을 할 때 아쉬움이 있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국가 지도자를 선출하는 대통령 선거가 너무 파괴적 네거티브에 치우친 나머지 창의적 포지티브의 정책선거 모습을 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나는 진영과 이념을 떠나 만나는 후보와 캠프 관계자들에게 네거티브가 아닌 포지티브 선거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런데 그보다도 더 아쉬운 것은 대선 국면에서 보인 한국교회의 스탠스였다. 한국교회가 기독교적 가치관과 세계관을 바탕으로 메시지를 내기보다는 지나친 진영 논리와 정치 논리에 치우치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누가 어떤 소리를 해도 진영과 정치 논리를 가지고 공격하고 비난하며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말았다.
이번 대선의 특징 중 하나가 지역 세대 성별의 파편화된 분열 구조였다. 우리 사회가 갈등과 분열의 강을 건너 화해와 통합의 길을 걸어가기 위해서 반드시 극복해야 할 난제를 남겼다. 여전히 우리 사회의 내면에 잠재된 갈등과 분열의 골을 메우지 못한다면 또다시 미움과 증오의 늪에 빠져 역사의 수레바퀴는 전진하지 못할 것이다.
이제 모든 게임은 끝났다. 대선 결과를 떠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두 후보에게 박수와 찬사를 보낸다. 역대 가장 근소한 차이의 승부였음에도 불구하고 깨끗하게 결과를 인정하며 화해와 통합의 시대를 열어 달라고 주문한 이재명 후보의 승복 기자회견은 승패를 떠나 큰 울림을 줬다.
그뿐만 아니라 정치 초입생으로서 극적인 대선 승리를 거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투지는 정말 역사에 유례없는 일이었다. 축하의 꽃다발을 건넨다. 부디 윤 당선인께서는 이념과 진영을 넘어서 국민 통합 정부를 이뤄줬으면 좋겠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거나 의견이 다른 분들도 찾아가고 안아주며 화해와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교회의 역할이다. 아무리 대통령 당선인이 잘하려고 해도 우리 사회가 두 진영으로 나누어져 있고 초갈등사회로 나누어져 있으면 끊임없는 치킨게임의 악순환과 대결 구도의 긴 강이 흘러갈 것이 아닌가.
이제야말로 한국교회가 진짜 실력을 발휘할 때다. 둘로 나누어질 수 있는 국론을 하나로 만들어야 한다. 초갈등사회를 화해 사회로 만들고 진영과 정치 논리가 아닌 성경적 세계관과 가치관을 가지고 양 진영을 서로 소통하고 화목하게 하며 함께 하나 되는 사회를 이루어야 할 때다.
교회마저 이념과 진영 논리에 갇혀서 사회 갈등을 조장하고 증폭시킨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한국교회가 사회적 균형추 역할을 제대로 하고 사랑과 화해의 다리가 될 때 교회는 역사의 어둠을 밝히는 희망의 등불이요, 진리의 빛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비로소 우리 모두 기나긴 겨울 광야를 지나 희망의 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