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미분류  >  미분류

“나도 아미… 누구보다 BTS음악 많이 듣죠”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지난달 초 서울 잠실종합경기장에서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서울’ 공연을 하고 있다. 공연의 주제가 담긴 영어 문구 아래 여러 개의 스포트라이트가 멤버들을 환히 비추고 있다. 빅히트뮤직 제공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서울’ 공연의 총연출을 맡은 하이브의 하정재 LP. 빅히트뮤직 제공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무대는 빛과 소리, 기술이 어우러진 종합예술의 결정체다.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웅장하며 역동적인 무대에 전 세계 팬은 열광한다. BTS가 무대에서 빛나게 하는 일, 소속사 하이브의 하정재 LP(Lead Professional)가 맡은 역할이다.

하 LP는 2014년 BTS의 첫 팬미팅을 시작으로 2019년 머스터(팬미팅) ‘매직샵’, 2020년 ‘방방콘 더 라이브’와 ‘BTS 맵 오브 더 소울 원’, 2021년 ‘BTS 2021 머스터(MUSTER) 소우주’를 진행했다.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로 화제를 모았던 지난해 11~1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공연과 지난달 서울 콘서트도 연출했다. 현재 그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8~9일, 15~16일(현지시간) 열리는 콘서트를 지휘하고 있다.

출국 전인 지난달 24일 국민일보와 서면 인터뷰를 가진 그는 “공연 연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이라며 “춤추고 노래 부르며 퍼포먼스를 하는 가수를 위해 그에 맞는 무드와 장치, 기술로 무대를 돋보이게 하는 게 대중음악 콘서트”라고 말했다.

공연연출가로서 그의 목표는 아티스트를 가장 빛나게 만드는 것, 하나다. 이를 위해 BTS가 새로 보여주려는 모습이 뭔지, 최근 발매된 앨범의 곡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한다. 아티스트의 앨범과 곡이 가진 주제, 메시지도 충분히 파악해야 한다. 음악에 담긴 내용을 이해해야 문학적·미학적 부분을 그에 맞춰 대입할 수 있다.

BTS의 ‘다이나마이트’(Dynamite)와 ‘버터’(Butter)는 1980~90년대 디스코와 펑크의 느낌을 잘 표현해야 했다. 하 LP는 서울 공연에서 실제 연주자들을 섭외했다. 전방에 설치된 무대에서 멤버들이 퍼포먼스를 하는 동안 뒤에서는 함께 음악을 즐기며 악기를 연주하는 이들이 흥을 돋웠다. 하 LP는 “곡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아날로그적이지만 곡과 가장 잘 어울리면서 분위기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실제 밴드 편곡과 연주자의 무대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공연연출을 하면 아티스트의 음악에 집중하게 된다. 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 LP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준비한 후에는 언제나 ‘입덕’(팬덤에 입문)하는 것 같다”며 “공연을 진행하면 해당 아티스트의 음악을 누구보다 많이 듣고 직접 만나 이야기 나누면서 오롯이 아티스트에게 집중한다. 그래서 지금 나도 아미(Army·BTS 팬덤)”라고 밝혔다.

지난해 LA 공연 이후 하 LP는 쉼 없이 달렸다. 서울 공연까지 준비 기간은 두 달로 빠듯했다. 공연을 한 번 더 업그레이드하는 게 목표였지만, 서울 공연에는 두 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코로나19에 따른 거리두기로 좌석 곳곳이 비고 함성이 없다는 점이었다. 듬성듬성한 좌석, 함성이 사라진 공연장이 예전처럼 열정과 흥으로 가득 찰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하 LP는 “빈 좌석이 많아 ‘아미밤’을 이용한 연출이 제한된 게 아쉬웠다”고 했다. 아미밤은 다채로운 빛이 나는 팬들의 대표 굿즈로 공연장에서 블루투스로 페어링하면 곡의 분위기에 맞게 일제히 불빛이 변화한다. 객석에서 아미밤으로 문구를 만들어 내거나 파도타기도 한다. 하지만 서울 공연에선 좌석 곳곳이 비어 불빛을 활용하는 데 제약이 있었다.

하 LP의 해법은 팬과 아티스트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었다. 그는 “2년 반 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대면 공연이었기에 BTS와 팬이 오랜만에 만난다는 것에 포인트를 뒀다”고 말했다. 그는 BTS 멤버들이 관객과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돌출무대가 최대한 앞으로 나오게 했다. 공연 중 멤버들을 태운 오픈차량이 공연장을 천천히 돌면서 관객에게 더 가까이 가게 했다.

연출에 기술적인 변화도 줬다. 하 LP는 “팬데믹으로 대면 콘서트가 열리지 못한 지난 2년간 온라인 콘서트에서 새로운 연출 언어로 대두한 게 AR(증강현실) XR(확장현실) 멀티뷰(화면 분할) 등 몰입감을 주는 멀티미디어 기술이었다”며 “이를 종합해 대형 LED(발광 다이오드) 스크린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공연 때 설치된 초대형 LED 스크린은 가로 48m, 세로 17m 규모로 멀리 있는 관객도 아티스트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됐다. 곡이 바뀔 때마다 스크린의 분위기, 시각효과에 변화를 줬다. 화면에 비친 다양한 일러스트는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무대 위 멤버를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찍어 스크린에 걸어두거나 멤버들의 셀프 동영상으로 퍼포먼스를 지켜보는 듯한 효과는 시선을 사로잡았다.

연출자는 곡, VCR, 무대인사 등의 목차(세트리스트)도 아티스트와 협업해 세심하게 준비한다. 단순히 순서만 정하는 게 아니라 공연 주제를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구성이 중요하다. 세트리스트 역시 무대를 꾸미는 요소인 셈이다. LA, 서울, 라스베이거스 공연에선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의 ‘춤추는 데 허락은 필요하지 않아’라는 메시지가 잘 드러나게 배치했다.

하 LP는 “서울 공연에선 오프닝 때 감옥 같은 철창에 갇혀 있던 BTS가 무대 위로 나와 강렬한 음악과 퍼포먼스로 점점 더 신나고 즐거워하며 자유로워지는 구성으로 세트리스트를 배치했다”고 말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무대를 꾸미는 데선 고민이 많았다. 팬과 BTS 사이의 물리적 거리를 좁히면서도 곡의 작품적인 해석과 다이나믹한 연출도 해내야 했다. 무대가 돌출될수록 멤버들의 동선이 길어지고 오픈차량으로 이동하는 동안에는 퍼포먼스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그는 “아티스트의 모습과 이를 시각적으로 연출하는 방법에서 내적으로 대립이 발생했다”며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고민해야 했다”고 전했다.

스타디움급 야외공연장의 가장 큰 변수는 날씨다. 서울 공연 이틀 차에도 공연 막바지에 비가 내려 무대에서 일부 멤버가 넘어졌다. 하 LP는 “기상 문제는 스타디움 공연에서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변수”라며 “기계 장비의 방수 여부와 무대의 구조적 안정성 점검, 미끄럼 방지용 바닥 마감재 사용 등으로 철저히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정재가 만든 무대’만이 갖는 특징은 무엇인지 묻자 그는 자신의 특색보다 아티스트를 강조했다. ‘이 무대는 이 아티스트의 것’이라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하 LP는 “다른 아티스트가 같은 공연장에서 공연해도 같은 무대를 구현할 수 없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연출 요소가 아티스트를 넘어서선 안 된다. 공연의 가장 중요한 연출은 아티스트의 음악과 춤이며 이를 돋보이게 돕는 게 연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BTS와 작업하기에 앞서 그는 그룹 블락비, 뉴이스트 등의 무대도 연출했다. 그는 “‘내가 이 공연보다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을까’ 늘 걱정하면서 다음 공연을 준비하는 일이 반복된다. 공연을 많이 해도 늘 긴장하게 된다”고 전했다. 그는 “그래도 콘서트 연출을 오랫동안 하고 싶다. 가능한 한 BTS와 오래 합을 맞추고 싶다”고 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