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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원의 메디컬 인사이드] 기로에 선 한시적 원격진료



얼마 전 한국원격의료학회 심포지엄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코로나19 재택치료를 하면서 겪은 비대면 원격진료의 실상을 들은 적 있다. 아동 전문병원을 운영하는 해당 전문의는 아이들의 특수성을 감안해 24시간 원격진료 애플리케이션(앱)을 직접 개발했다고 했다. 그가 소개한 약 5만건의 비대면 상담과 치료 사례를 통해 소아청소년 원격진료의 장단점, 고려해야 할 지점들이 눈에 들어왔다. 코로나 같은 특수 상황에선 격리돼 있는 아이들이 휴일·야간 등 시공간 제약 없이 경험 많은 전문의 진료를 접할 수 있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또 낮 시간대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기 힘든 맞벌이 부부나 다른 형제들을 보살펴야 하는 다자녀 가정의 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반면 보호자가 화상이나 전화로 전달하는 정보만으로 아이 상태를 알기 힘든 경우 진료에 애를 먹을 수 있다. 아이가 어릴수록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그는 발표 말미에 “과연 비대면 상담만으로 불안감 해소가 가능한가, 간단한 약 처방만으로 해결될 것인가, 아이가 특수한 질병이나 상황에 처해 있지 않은가 등을 판단하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앞으로 원격진료가 제도화될 경우 소아청소년 영역에서 풀어야 할 숙제다.

코로나가 유행한 지난 2년여는 이처럼 원격진료의 ‘리트머스 시험대’였다. 의사와 환자 간 이뤄지는 원격진료와 모니터링은 지난 30년 가까이 일부 지역이나 시설, 질병군 대상으로 시범사업만 수차례 진행되며 도입이 타진됐지만 아직 제도화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닥친 감염병 팬데믹 때문에 전 국민과 의료계가 원격진료를 실제 체험해보는 기회를 갖게 됐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진 간 원격협진을 제외한 모든 형태의 원격의료는 금지돼 있다. 정부는 코로나 발생 초기인 2020년 2월부터 전화·화상 상담 및 처방 등 사실상의 원격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지금까지 수행된 원격진료는 440만건에 달한다. 최근 국회에 제출된 정부 자료에 의하면 하루 평균 5166건의 비대면 진료가 이뤄졌다. 전체의 77%가 동네의원에서 진행됐는데 진료과목별로는 내과, 일반의, 소아청소년과, 가정의학과, 한방 순이었다.

국민이나 의료진 모두 원격진료 경험을 통해 편의성 효용성에 대한 판단과 더불어 문제점이나 부작용도 명확히 깨달았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수백만건의 실제 원격진료 데이터는 제도 도입 논의에 소중한 과학적 근거가 될 것으로 본다. 그간 의료계는 원격진료의 효용성과 안전성을 입증할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격진료에 거부감을 표시해 왔다. 이 정도 대규모 데이터라면 판단의 충분한 근거가 되는 만큼 향후 면밀한 분석이 요구된다.

우려스러운 점은 코로나 대응이 대면진료 중심의 일상의료체계로 전환되면서 원격진료가 조만간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사회적 거리두기 없는 일상 속에서도 전화·화상으로 진료받고 앱을 통해 약을 배달받을 수 있을까. 정부는 감염병 위기경보 ‘심각’ 단계가 유지되는 동안 한시적 원격의료를 계속 허용하고 제도화 추진 의지도 밝혔지만 향후 단계가 낮아지면 어정쩡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비대면 진료가 안착할지 또다시 방황할지 기로에 섰다.

다행히 디지털플랫폼 정부를 표방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원격진료 도입에 적극적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 18일 원격진료 지원 플랫폼 업체를 이례적으로 찾은 것도 그런 맥락으로 읽힌다. 원격진료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뉴노멀로 자리잡도록 해야 한다. 원격진료 제도화를 위한 사회적 협의를 하루빨리 시작해야 한다. 이제는 원격진료를 ‘하느냐 마느냐’로 논쟁을 벌일 게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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