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마땅히 추앙해야 할 대상은 두말할 것 없이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보여주듯이 우리가 사랑 이상으로 서로를 채워주고, 그런 사랑으로 추앙한다면 지금보다 해방된 삶으로의 변화가 뒤따르지 않을까요.”
지난 1일자 서울 광현교회(서호석 목사) 주보에 게재된 담임목사 칼럼에는 요즘 방영중인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의 유행어 ‘추앙’이란 단어가 언급됐다. 추앙은 높이 받들어 우러러본다는 뜻이다.
‘나를 추앙해요’라는 유행어로 유명한 나의 해방일지와 더불어 웹드라마 ‘파친코’의 경우, 다양한 관점 속에서 기독교적 해석이 눈길을 끌고 있다. 신학자와 기독교 문화사역자들을 통해 이들 드라마가 시대와 문화, 상황 속에서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지 들여다 봤다.
해방·구원·사랑의 메시지를 담다
“전 해방이 좋아요. 해방되고 싶어요. 갑갑하고 답답하고. 뚫고 나갔으면 좋겠어요.” 꽉 막힌 인생에서 저마다 탈출을 꿈꾸는 3남매 이야기를 다룬 나의 해방일지 주인공 염미정의 하소연이다.
문화선교연구원 임주은 연구원은 11일 “(드라마 속에서) 3남매는 각자 묶여있는 것들로부터 벗어나려고 고군분투한다”면서 “완전한 해방은 인간관계와 사랑으로 회귀하는 데서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염미정은 “우리는 부모로부터 그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극중 인물들은 ‘추앙’을 받으면서까지 사랑의 결핍을 채우려 한다.
염미정이 알콜중독자인 구씨에게 “낮부터 술을 마시는 건 지옥 같은 거예요. 그러니 나를 추앙해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그렇다. 임 연구원은 “저마다 구원의 대상을 찾고 목말라하는 모습은 그리스도인들이 구원을 갈망하는 그것과 많이 닮아 있다”고 분석했다.
김선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 교수는 “상대방을 향한 전적인 헌신과 지지를 의미하는 추앙은 가치 있는 사랑의 방식”이라며 “인간도 하나님으로부터 큰 사랑과 무조건적인 용서를 받았다. 드라마를 통해 기독교적인 추앙의 참뜻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극중엔 남자주인공 구씨가 ‘오늘 당신에게 좋은 일이 있을겁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두려워말라’(막 6:50)는 성경구절이 적힌 교회 벽 플랜카드를 응시하는 장면도 인상깊게 다가온다.
“고난 속 참신앙의 모습 그려보게 해”
한인 이민 가족 4대의 삶을 그린 파친코는 기독교 신앙을 지닌 등장인물을 통해 자연스럽게 ‘참 신앙이 무엇인가’ 를 돌아보게 만든다. 원작자인 이민진 작가의 할아버지는 평양신학교를 졸업한 목사 출신으로, 기독교 색채가 강하게 드러난 작품이기도 하다.
“난 내 자식이 자기 몸의 윤곽을 똑바로 알고 당당하게 재량껏 살았으면 좋겠어.” 극중 한국인 목사 이삭의 말인데, 이 드라마의 명대사로 꼽힌다. 백광훈 문화선교연구원장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신앙인에게 자기 삶의 윤곽(방식)이 무엇인지, 동시에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도전을 던져주는 메시지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극중에는 이삭 노아 요셉 나오미 솔로몬 등 구약성경에 나오는 이름들이 등장인물들의 이름으로 불린다. 김 교수는 “기독교인인 작가가 이 작품을 이스라엘의 출애굽 사건과 연관시킨 것 같다”면서 “고난 속에서 정체성을 지키며 살아낸 출애굽 사건을 작품에서 일제강점기 상황으로 녹여냈다는데 기독교적 의미를 내포한다”고 분석했다.
“우린 운을 조작하지는 않아. 우리가 할 일은 그저 잃은 사람 옆에서는 슬퍼해 주고, 돈을 딴 사람 옆에서는 박수치며 함께 기뻐해 주는 거야.” 극 중 모자수(모세)의 대사를 두고 백소영 강남대 기독교학과 교수는 “(함께 울고 함께 웃는) 그런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그리스도인의 모습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유경진 서은정 인턴기자,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