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생활 전반에 스며든 디지털은 치과 영역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치과 영역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디지털화는 콘빔(conebeam)CT, 구강 스캐너, 3D프린터 등 세 가지다. 일반 CT보다 방사선 조사량이 훨씬 적은 콘빔CT는 환자의 잇몸뼈, 치아에 대한 3차원적 데이터를 얻을 수 있어 치과 분야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 계획을 가능하게 해준다.
소위 치과를 조금 다녀봤다는 사람이라면 치과 의사가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는 기계로 마구 이를 갈더니 입안 가득 찰흙 같은 물컹한 재료를 물리고 “입 벌리시면 안됩니다. 이렇게 물고 5분만 가만히 계세요”라고 했던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치과에서 보철물을 만들어내는 전통적인 과정에 혁신을 가져온 것이 바로 ‘디지털 구강 스캐너’다. 말 그대로 사람 입안을 스캔해 디지털 데이터화 해주는 장치다. 그간 본을 뜨고 타액으로 오염된 인상체(구강조직 모형)를 기공소로 보내고 석고를 부어 보철물을 만들어내던 복잡한 과정을 환자 입안에서 바로 스캔 데이터 파일 하나의 결과물로 도출해 준다.
환자의 CT와 스캔 데이터가 있으면 치과 의사는 특별하게 고안된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최상의 위치에 정확하게 임플란트를 심을 수 있는 수술 장치를 설계하거나 심미적인 보철물을 컴퓨터로 디자인해 환자에게 미리 보여줄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데이터를 3D프린터에 입력하면 그대로 출력까지 가능하다. 따라서 자신의 구강 상태를 데이터로 간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빠르고 정확한 수술과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이 데이터들은 컴퓨터와 장비만 있으면 세계 어느 곳에서도 받아 볼 수 있기 때문에 아프리카에 있는 환자 데이터를 한국에서 받아 디자인한 뒤 다시 아프리카에서 그대로 보철물을 출력해서 환자 입안에 껴주는 것이 가능하다. 기술의 발전이 의료진이 부족한 곳까지 의료 혜택을 줄 수 있는 가슴 뛰는 세상을 만들어 준 것이다. 앞으로 기술이 계속 세상을 따뜻하고 이롭게 이끌어주기를 기대해본다.
대한치과의사협회 국제위원·서울이수플란트치과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