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너무 어렵고 견디기 힘들 때 눈을 감고 상상해봐. 날씨 좋은 날 걷기, 시원한 맥주 한잔…. 이 세상은 생각보다 즐거운 일이 많을 테니까. 1분이면 충분해. 우리 같이 이겨내 보자.’
유튜브 채널 ‘1분 뮤지컬’이 경쾌한 노래와 함께 던진 메시지가 가슴에 탁 꽂힌다. 4명의 친구가 팀을 이뤄 만든 1분짜리 뮤지컬은 16만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누구나 공감하는 일상의 이야기를 재치 있게 풀어낸 가사가 이 채널의 묘미다. ‘부장님, 저 때려치우렵니다’로 시작하는 ‘사직서’ 영상은 조회 수 400만회를 기록했다. ‘친구가 필요해’ 영상은 나이가 들수록 친구를 만나기 어려운 현실을, ‘회사 생활’은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직장인의 무료함을 담았다.
‘1분 뮤지컬’ 팀에서 리더 역할을 하는 크리에이터 권순용씨를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사에서 만났다. 나머지 3명의 팀원은 작곡가 박선우씨와 각각 촬영과 작사를 담당하는 평범한 직장인 2명이다. 노래는 권씨와 박씨가 부른다. 나머지 두 사람은 얼굴을 공개한 적이 없다. 이 팀은 한번 회의를 하면 50~70개씩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온다. 그만큼 하고 싶은 게 많다는 얘기다.
네 사람 중에 음악을 전공한 사람은 없지만, 거의 10년간 동아리나 취미, 직업으로 음악 관련 활동을 했다. 셋은 고등학교 시절 뮤지컬부에서 활동한 적도 있다. 권씨는 “우리가 직접 기획해서 재밌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며 1분 뮤지컬을 기획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구독자는 알고리즘을 타고 ‘사직서’ 영상이 갑자기 유명해지면서 빠르게 늘었다. 연봉이 동결돼서, 상무님 생일 선물을 사야 해서 화가 나 회사를 못 다니겠다는 내용이다. 실제 이들의 경험담을 녹였다. 지난 2월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의뢰로 투표 독려 캠페인 영상을 만들었다.
권씨는 1분 뮤지컬을 ‘네 명의 일기장’으로 표현했다. 구독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을 넘어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을 남겨놓는 작업이라고 했다. 그는 “1분 뮤지컬도 우리 네 명이 하고 싶은 것 중 하나”라고 말했다. 넷이서 함께 음악에 대한 열정을 펼칠 수 있다면 뭐든 좋다는 의미다.
프리랜서 콘텐츠 제작자로 일하는 권씨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멀티미디어공학과를 졸업한 후 가전제품 회사에서 홍보 영상을 찍었다. 하고 싶은 일을 더 미루면 안 된다는 생각에 회사를 나왔다. 처음에는 ‘에픽가드너’라는 음악 채널을 만들어 서정적인 음악 콘텐츠를 올렸다. 느린 템포의 영상은 유튜브 생태계와 잘 맞지 않았다. 짧고 임팩트 있는 콘텐츠를 고민하다 1분 뮤지컬이 탄생했다.
권씨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언제든 1분 뮤지컬이 아닌 다른 채널을 만들어 새로운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다. 그는 단편영화도 만들었고 대학생의 고민과 성장을 담은 10부작 웹드라마도 최근 찍었다. 완벽주의자인 그는 스토리 기획과 촬영·편집, 음악, 연기 지도까지 도맡았다.
올 연말에는 1분 뮤지컬의 오프라인 디너쇼를 열고 싶다고 했다. 재작년에도 기획했지만 코로나19로 무산됐다. 그는 “1분 뮤지컬 노래는 다 불러도 60분이 안 된다. 소규모라도 사람들과 만나 공연을 해 보고 싶다”며 웃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