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바키아에서 7년째 사역 중인 이구혁(49) 선교사는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집시교회 사역을 이어갔다. 떠도는 집시들에게 마스크와 생필품, 초코파이 같은 한국 과자를 주면서 함께 예배드렸다. 이 선교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인 지난 3월에는 우크라이나 난민을 보듬었다. 슬로바키아가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기에 가능했다.
이 선교사는 “전쟁 발발 직후 우크라이나 현지 선교사들에 대한 귀국 명령이 떨어지면서 약 1개월 동안 현지 선교사들의 빈자리를 대신했다”고 전했다. 이 기간에 우크라이나 피란민 14명이 그의 집에서 생활했다.
8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만난 이 선교사는 ‘제48회 순복음세계선교대회’ 참석차 방한했다. 교회 일대는 전 세계에서 고국을 찾은 선교사들로 북적였다.
노미숙(60·와카야마순복음교회) 선교사는 ‘복음의 불모지’ 일본 땅을 16년째 지키고 있다. 긴키 지방의 와카야마현에서 사역 중인 그는 팬데믹 이후 평소 해오던 노방 전도를 멈췄다가 최근 다시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달부터는 공원에서 ‘그림 전도’를 시작했다. 성경과 관련된 그림들을 준비해 한 장 한 장 넘기며 설명을 곁들이는 식이다.
스페인에서 35년째 활동하는 김영애(62·바야돌리드순복음교회) 선교사는 ‘코로나 부흥’의 주인공이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수개월간 도시 봉쇄까지 겪어야 했다. 이 때문에 대예배 대신 줌(Zoom) 및 구역예배만 이어갔는데, 현재 구역 모임이 36개로 코로나 이전(28개)보다 30% 가까이 늘었다. 김 선교사는 “하나님께서는 (코로나를 통해) 인간의 연약함을 알게 하셔서 현지인들이 하나님을 찾도록 이끄셨다”면서 “앞으로도 구역예배를 통한 관계전도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엔데믹, 다시 부는 성령의 바람’을 주제로 개막한 선교대회에는 전 세계 60여개국에서 500여명의 선교사들이 참석했다. 행사는 세미나 기도회 수련회 등으로 이어져 오는 14일까지 진행된다. 이날 참석자들은 저마다 선교지 전통의상 차림으로 입장하면서 3년 만에 재개된 선교대회의 감격을 함께 나눴다.
이영훈 목사는 “사도행전 29장을 써 내려가는 교회와 일꾼들이 되자. 코로나 이후에도 성령의 능력에 의지해 세계선교 사역을 감당해 나가자”고 설교했다. 이 목사는 ‘대한민국 선교사 5만명 시대’에 대한 비전도 제시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한국 선교사 파송 규모는 167개국 2만2210명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대독한 메시지를 통해 “(선교사) 여러분의 노력이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꽃피워 온 세상을 향기롭게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전 세계 63개국에 673명의 선교사를 파송했으며, 현재 1232개 교회를 설립해 12만8000여명의 성도를 양육하고 있다.
박재찬 기자 박이삭 서은정 인턴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