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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휴일] 오늘 하루



자 오늘은 이만 자러 갑시다
오늘도 이것으로 좋았습니다
충분했습니다

아내는 아내 방으로 가서
텔레비전 보다가 잠들고
나는 내 방으로 와서 책 읽다가 잠이 든다

우리 내일도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자 오늘도 안녕히!
아내는 아내 방에서 코를 조그맣게 골면서 자고
나는 내 방에서 꿈을 꾸며 잠을 잔다

생각해보면 이것도 참 눈물겨운 곡절이고
서러운 노릇이다
안타까운 노릇이다

오늘 하루 좋았다 아름다웠다
우리는 앞으로 얼마 동안
이런 날 이런 저녁을 함께할 것인가!

-나태주 시집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중

자신을 너무 몰아치며 살지 않아도 된다. “오늘 하루 좋았다” 이렇게 스스로에게 말해주면서 잠자리에 들자. 코를 골면서 꿈을 꾸면서 자고, 내일 또 다시 만난다는 게 얼마나 애틋한가. “우리는 앞으로 얼마 동안/ 이런 날 이런 저녁을 함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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