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건강과 안전, 재산과 복지 등의 공적 정보를 다루는 공공언어는 특히 알아듣기 쉬워야 한다. 사회 안전망은 위기 상황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장치를 제공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공공언어다. 수많은 복지 정책 가운데 본인이 수혜자가 될 수 있는지를 알게 하기 위해서는 정책이나 제도를 쉬운 언어로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복지 분야 공공언어에도 외국어가 지나치게 많이 쓰이고 있다. 대표적인 표현은 ‘바우처’다. 현금 대신 금액권처럼 쓸 수 있는 복지 혜택을 ‘바우처’라고 흔히 부르는데 이는 ‘상품권’이나 ‘이용권’으로 바꿔서 사용하면 의미 전달이 훨씬 간결해진다. 예를 들어 저소득층의 에너지 비용을 지원하는 ‘에너지 바우처’ 사업은 ‘에너지 이용(사용)권’으로, ‘데이터 바우처’는 ‘자료 이용권’으로 바꿔서 사용하면 된다.
부모의 학대나 방임 등으로 원가정에서 지내기 어려운 아이들이 실제 가정과 비슷한 생활 공간에서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를 가리켜 ‘그룹홈’이라고 부른다. 이 단어는 ‘자활 꿈터’나 ‘공동생활 가정’으로 다듬어 사용하면 제도가 갖고 있는 순기능이 부각돼 긍정적 인식을 주는 데 도움이 된다. 장애 때문에 일상 생활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문턱을 낮추는 ‘배리어 프리’는 ‘무장애’ ‘무장벽’ 등으로 바꿔서 사용하면 좋다. 일정한 주거 공간이 없는 ‘홈리스’는 ‘노숙인’이나 ‘부랑인’ 등으로 바꿔서 사용하면 된다. 복지 제도를 안내해주는 역할을 하는 ‘헬프 데스크’는 ‘도움 창구’로 다듬어 사용하는 것이 좋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