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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숏폼 콘텐츠로 단편영화의 매력 전했죠”

안성한 JTBC PD가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JTBC 사옥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다 포즈를 취했다. 왼쪽 이미지는 안 PD가 연출한 ‘전체관람가+숏버스트’의 포스터. 이한결 기자






‘전체관람가+숏버스터’를 통해 공개된 단편영화들의 스틸사진. 위부터 김초희 감독의 ‘우라까이 하루키’, 주동민 감독의 ‘잇츠 올라이트’, 조현철·이태안 감독의 ‘부스럭’. 티빙 제공




70분짜리 방송보단 20분짜리 클립을 애청하는 시대, TV보단 스마트폰을 켜는 시대, 영화관보단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편한 시대다. 대중은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찾고 창작자들은 시대에 맞는 콘텐츠를 고민한다.

티빙 오리지널 예능 ‘전체관람가+숏버스터’(전체관람가)는 그런 창작자의 고민을 보여주는 콘텐츠다. ‘전체관람가’를 연출한 안성한(36) JTBC PD를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JTBC 사옥에서 만났다.

‘전체관람가’의 구성은 새롭다. 10명의 영화감독이 러닝타임 20분 안팎의 단편 8편을 제작해 공개한다. 윤종신 문소리 노홍철 등 3명의 진행자는 영화뿐만 아니라 제작과정을 담은 영상 등을 보면서 감독,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안 PD는 기획의도에 대해 “디지털 플랫폼의 숏폼 컨텐츠에 시청자들이 익숙해졌다. OTT를 통해 단편영화를 소재로 한 콘텐츠를 제작하기에 좋은 타이밍이라 생각했다”며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숏폼과 OTT 플랫폼에 익숙한 MZ세대를 주요 타깃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프로그램 한 회차는 30분가량이다. 출퇴근길 가볍게 볼 수 있는 길이다. 단편영화 한 편이 영화, 제작영상 및 토크 2개의 클립으로 구성된다. 취향에 따라 이용자는 영화 클립만 볼 수도 있고, 제작영상을 보며 감독과 배우들이 이야기 나누는 클립을 먼저 볼 수도 있다. 관심 있는 감독이 연출한 작품,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한 작품만 골라볼 수도 있다. 마지막 단편영화가 23일 공개됐다.

단편영화의 공통주제는 ‘평행세계’였다. 왜 평행세계일까. 안 PD는 “코로나19로 삶이 많이 달라졌다. 소통이 줄어들고 최악의 외로움과 좌절을 맛봤다”며 “디스토피아, 언택트 풍자, 예측 불가한 가까운 미래 등 다양한 소재를 갖고 풀어낸 영화들 속에서 시공간을 초월해 다른 삶을 사는 자신을 보는 신기하고 짜릿한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곽경택 김초희 류덕환 조현철 주동민 윤성호…. ‘전체관람가’는 각기 다른 작품세계를 가진 감독들을 모은 다채로운 캐스팅을 자랑했다. 같은 주제로 8개의 단편영화를 만드는 형식이다 보니 섭외 기준은 다양한 스펙트럼이었다.

안 PD는 “상업영화 독립영화 단편영화 드라마 등 형식을 가리지 않고 최대한 다양한 장르와 분야의 감독들을 모시고자 했다”며 “처음 섭외할 당시에는 다들 이 주제를 어떻게 풀까 걱정하셨지만 결과적으로 각자 뚜렷한 개성을 담아 단편영화를 만들어주셨다”고 말했다.

감독들의 개성을 반영한 8편의 영화는 보는 재미가 있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연출한 김초희 감독 작품 ‘우라까이 하루키’는 배경을 목포로 옮겨 홍콩영화에 대한 오마주와 유머를 섞었다. ‘펜트하우스’를 만든 주동민 감독은 ‘잇츠 올라이트’를 통해 팬데믹을 겪으며 느낀 다양한 감정을 화려한 영상에 담았다. 배우이자 감독인 조현철은 이태안 감독과 함께 스릴러물 ‘부스럭’을 선보였다. 이들 단편영화는 고경표 천우희 엄기준 김소연 신은경 봉태규 강말금 등 배우 캐스팅도 화려했다.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중점을 둔 부분은 뭘까. 그는 “러닝타임은 짧지만 ‘영화를 가장 진정성 있게 다루는 예능프로그램’이란 대전제를 꼭 담고 싶었다”며 “첫 스태프 회의부터 대본 리딩, 장소 답사, 배우 미팅, 본촬영까지 영화의 모든 제작과정을 촬영했다. 어마어마한 촬영 분량을 20분 내외로 편집하는 건 힘들었지만 그 모든 과정을 지켜봤기에 고되지만 생생한 현장의 모습을 담을 수 있었다”고 돌이켰다.

콘텐츠 안에서 또 다른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 형식이 쉽지만은 않았다. 안 PD는 “촬영하는 걸 촬영하는 게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영화를 만드는 현장에 따라다니다 보니 영화 촬영 신에 따라 ‘전체관람가’ 제작진이 움직여야 했다.

그는 “영화감독에게서 미리 콘티를 받아 촬영에 필요한 세팅을 하고, 영화 촬영 공간이 협소하면 중간중간 프로그램 촬영을 멈추기도 했다. 우리는 개입하지 않고 담아야 했다”며 “영화 촬영 스태프들도, 예능 촬영 스태프들도 어색하고 낯선 현장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전체관람가’는 예능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 PD는 “좋은 평가를 해주셔서 감사하다. 변화된 시청 환경에 잘 맞는 프로그램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면서 “단편영화를 낯설고 어렵게 느꼈던 시청자들이 ‘‘전체관람가’를 보고 영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 ‘N차 관람하게 됐다’ ‘다음 시즌을 제작해 달라’는 반응을 주실 때 뿌듯하다”고 말했다.

‘전체관람가’는 제작자인 안 PD의 시야도 넓혔다. 그는 “드라마와 영화 장르의 경계는 점점 무너지고 있다. 예를 들어 OTT 시리즈를 영화로 볼 것인지 드라마로 볼 것인지는 선택인 것 같다”며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드라마, 영화 등을 연출하는 분들의 진심을 느꼈다. 플랫폼이 변화하는 시기에 새롭게 도전하는 기회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체관람가’에는 팬데믹으로 타격을 입은 영화산업을 살리자는 취지도 있었다. 공개된 전편은 다음 달 열리는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 출품된다. 발생한 수익금 일부는 한국영화 발전을 위해 기부할 예정이다.

OTT 시장이 확대되면서 흥행 기준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시청률 부담은 덜해졌을까. 그는 “시청률이라는 수치적 부담은 덜하지만 다양한 플랫폼 속에서 많은 양의 콘텐츠가 제작되기 때문에 그 안에서 두각을 나타내야 한다는 부담은 더하다”며 “다음 시즌으로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이 있는지가 중요하게 됐다. 이용자들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해야 한다는 즐거운 부담을 항상 갖고 있다”고 했다.

TV 프로그램을 만드는 환경과 OTT 오리지널을 만드는 환경은 달랐다. 예능 프로그램은 시청자의 피드백이 중요하지만 OTT 프로그램은 시청자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반영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는 “콘텐츠 분량의 자율성이 TV 프로그램과 OTT 프로그램의 가장 큰 차이”라며 “OTT는 사전제작이다 보니 분량 고민 없이 촬영한 후 재밌다고 판단되는 분량을 뽑아낼 수 있어 콘텐츠의 질을 컨트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 2년간 PD시험을 준비하다가 일반 기업에 들어간 그는 1년 후 재도전해 2014년 JTBC에 입사했다. 그간 ‘팬텀싱어 올스타전’ ‘아는 형님’ ‘히든싱어5’ ‘비정상회담’ ‘마녀사냥’ 등에 조연출로 참여했다. 입봉작은 지난해 추석 선보인 파일럿 예능 ‘브라이드X클럽’이다.

그는 “사람들이 시간을 유쾌하게 보내게 하고 싶어 예능PD가 됐다”며 “음악을 듣고 책을 보면서 프로그램에 대한 영감을 얻으려 한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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