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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굿굿즈] “멸균팩으로 종이타월 상용화… 車 범퍼로도 재활용 모색”

테트라팩은 탄소발자국을 최소화해서 제품을 만들고 멸균팩의 재활용 방법까지 고민하는 기업이다. 김광진 테트라팩 지속가능경영팀 이사가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테트라팩코리아 본사에 진열된 테트라팩 용기들 앞에서 멸균팩을 압착해 만든 재활용 건설용 보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최현규 기자








좋은 물건이란 무엇일까요? 소비만능시대라지만 물건을 살 때 ‘버릴 순간’을 먼저 고민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변화는 한 쪽의 노력만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제품 생산과 판매단계를 담당하는 기업들의 노력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굿굿즈]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는 기업과 제품을 소개하고, 꾸준히 지켜보려 합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 더 많은 참여를 기대합니다.

물건을 쓴 뒤 생기는 폐기물은 누가 책임져야 할까. 일단 소비자에게 책임이 있다. 유리, 플라스틱, 종이 등의 소재에 따라 분리배출을 하고 정해진 때에 맞춰 쓰레기를 집 밖으로 내놓는 것 등은 책임을 지는 행위다. 하지만 “그 책임은 소비자에게만 있는 걸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소비자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다면 화가 끓어오를 법한 일이다.

다행스럽게도 폐기물 책임은 기업에도 묻는다. 2003년부터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라는 걸 시행하면서다. 기업은 최종 생산·판매하는 제품이나 포장재에서 나오는 폐기물의 일정량을 재활용해야 하는 의무를 갖는다. “그런데 왜 재활용이 제대로 안 되는 것 같지? 기업들, 뭐하는 거야?” 이런 반문이 함께 떠오를 수 있다.

답은 간단하다. 기업이 폐기물 재활용에 책임지는 방식은 ‘비용부담’으로 이뤄져 왔다. 직접 수거하고 재활용하는 과정을 기업이 담당하면 성과를 높일 수 있지만, 이런 기업은 거의 없다. 대신 재활용 분담금·부과금을 낸다. 재활용 시스템에 쓰이는 비용을 기업이 함께 나눠 내는 셈이다.

사실 ‘분담금으로 해결’하는 게 기업 입장에서 가장 쉬운 방법이다. 최소한의 책임을 지는 선에서 마무리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었다. 기후위기 경각심이 높아지고,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의 친환경 노력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한국에선 이런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 2019년 12월부터 포장재 재활용 등급을 표기하고 있다. 이제 ‘재활용 어려움’ 등급을 받으면 EPR 분담금을 20% 더 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재활용 책임이 없는데도 재활용 시스템 구축에 앞장서는 기업이 있다. 스웨덴에 본사를 둔 ‘테트라팩’이다. 테트라팩은 탄소 발자국을 최소화해 제품을 만들고, 폐기 이후의 재활용까지 책임지기 위해 투자한다. 테트라팩은 왜, 어떻게 한국에서 ‘친환경 노력’을 하는 걸까.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테트라팩 코리아에서 김광진 지속가능경영팀 이사를 만났다. 김 이사는 테트라팩에 담긴 우유 제품을 들어 보이며 설명을 시작했다.

“여기 테트라팩 로고를 보시면 ‘소중한 것을 지킵니다’(Protect What‘s Good)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어요. 식품과 사람, 지구를 보호하겠다는 게 테트라팩의 약속입니다. 생산부터 폐기에 이르기까지 기업이 지구 환경에 대한 혁신을 주도하고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것, 테트라팩은 그게 기업의 사명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폐기물에 대한) 최종 책임자는 아니지만 책임감을 느끼고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죠.”

테트라팩은 세계 ‘멸균팩’ 시장에서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는 포장재 회사다. 1951년 스웨덴에서 설립됐다. 한국에는 1983년 처음 발을 디뎠다. 소비재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서 소비자에게 익숙하지 않은 기업이다. 대신 테트라팩이 만드는 멸균팩은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다. 멸균우유, 두유, 단백질 음료, 생수까지 멸균팩을 쓰는 제품이 적잖다.

“테트라팩은 식음료 업체에 포장재를 납품하기 때문에 재활용 의무는 없습니다. 하지만 2012년부터 2019년까지 멸균팩 수거와 재활용 인프라를 구축했어요. 2020년부터 멸균팩을 재활용해 종이타월을 만들어 상용화했고요.”

여기서 잠깐. 이런 의문이 떠오를 수 있다. “멸균팩 자체가 재활용이 된다고?” 100% 종이가 아니기 때문에 재활용이 안 되는 것으로 아는 소비자들이 상당수다. 통념과 달리 ‘종이팩’으로 분류되는 멸균팩은 재활용 가능하다. 알루미늄 호일과 폴리에틸렌이 일부 들어가지만 소재 함량의 75%가 종이라서 물과 섞어 멸균팩을 풀어주면 종이 원단만 뽑아낼 수 있다. 멸균팩은 그렇게 종이타월로 재탄생한다.

그런데 소재에 대한 정확한 정보 없이 재활용 선별과정에서 ‘소각 처리’하는 일이 흔하다. 한국에서 종이팩 재활용률이 15.6%(2020년 기준)에 불과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에 테트라팩은 지난해 12월부터 경기도 화성·남양주·부천, 세종시에서 종이팩 분리배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서울 송파·강남구 등에서는 2018년부터 개별 수거함을 설치했다. 따로 분리 배출한 멸균팩을 수거해서 재활용하는 식으로 진행 중이다.

테트라팩은 최근 한 단계 더 나아간 재활용 방식을 내놨다. 김 이사는 “지난해에 SK지오센트릭, 매일유업, 주신통상과 함께 멸균팩의 종이 소재뿐만 아니라 복합소재까지 물류용 파레트, 우유를 담는 크레이트, 옷걸이 등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테트라팩이 글로벌 기업이다 보니 해외에 있는 지사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가능하다. 뉴질랜드에서는 지난해 폐기된 멸균팩을 100% 압착해 건설용 보드로 활용하는 걸 시도했다.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멸균팩을 재활용해 건설용 보드로 만들 수 있도록 법 개정을 환경부에 요청했어요. 종이팩을 건설용 자재로 재활용하려면 법적 근거가 필요하거든요. 수백만t에 이르는 골판지 재활용 시장에도 멸균팩을 사용하는 방법이나, 종이만 뽑아내고 남은 알루미늄호일 등을 자동차 범퍼 등으로 재활용하는 방법도 적극 모색하고 있습니다.”

테트라팩이 ‘굿굿즈’ 코너에 소개될 수 있었던 이유는 재활용 노력 때문만이 아니다. 탄소 발자국을 최소화해 멸균팩을 만든다는 점도 주효했다. 국제산림관리협의회(FSC)로부터 인증받은 나무와 사탕수수 등 재생 가능한 소재를 사용한다. 멸균팩의 탄소 배출량은 알루미늄캔, 유리, 페트, 재활용페트 가운데 가장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멸균팩은 상온보관 가능해 냉장고 사용에 따른 탄소 발자국도 줄일 수 있다. 테트라팩은 2030년까지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RE100 캠페인’에도 동참하고 있다. 2020년 83%까지 도달했고, 목표보다 이른 시점에 RE100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는 “생산, 유통, 소비, 폐기의 모든 과정에서 폐기물 발생을 줄이고 폐기물 자원을 다시 경제 활동의 순환계로 되돌리는 자원순환생태계 조성은 정부, 생산자, 소비자가 함께 해야할 과제”라며 “테트라팩은 이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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