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달 탐사 우주선 ‘다누리’가 5일 달로 향한다. 한국도 드디어 달 탐사에 가세했다. 우리는 왜 그 많은 돈을 들여 달을 탐사해야 할까. 달을 아는 게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다는 것일까. 과학자이자 공학과 교수, SF작가로 활동하는 곽재식이 쓴 책 ‘그래서 우리는 달에 간다’는 이 질문에 답한다.
책은 ‘달은 어디에서 왔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달의 생성과 관련한 다양한 주장을 검토하고 거대충돌가설을 유력한 설명으로 내세운다. 지구가 생겨난 지 얼마 되지 않은 45억년 전쯤 무게가 지구의 10분의 1 되는 커다란 돌덩이(테이아)가 지구에 충돌했고, 그 충돌의 결과로 부서져 나온 파편이 달이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달에서 가져온 돌을 분석해 보면 그 성분이 지구를 이루는 성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박살 난 테이아의 일부분은 지금 지구의 땅속 깊숙한 곳에 묻힌 채 남아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달에 대한 연구는 결국 지구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밤하늘의 달을 보면 어두운색의 무늬가 보이는데, 옛사람들은 토끼가 방아 찧는 모습이라고 얘기한다. 과학자들은 그 검은 무늬가 커다란 충돌 구덩이 때문에 생겼다고 추측한다. 달에는 비도 내리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으며 강물도 냇물도 없고 식물이 자라나지도 않는다. 그래서 달에 한 번 생긴 구덩이는 그냥 계속 그 자리에 있다. 달에 많이 남아 있는 충돌 구덩이들은 긴 세월 동안 지구 근처에 어떤 소행성이 어떻게 돌아다니다가 떨어졌는지를 꼼꼼히 기록해 둔 일기장과 같다. 그래서 “달에 있는 수많은 구덩이들은 우리에게 지구를 위협할지도 모를 소행성과 혜성에 얽힌 사연을 더 많이 알려줄 것이다.”
책은 이런 식으로 달에 대한 수많은 궁금증을 풀어간다. 곽재식이 들려주는 달 이야기는 최신 우주과학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신화와 역사, SF, 영화 등이 풍부하게 녹아있어 쉽고 재미있다. 과학교양서의 성공 사례라고 할 만하다.
인류의 달 탐사 역사도 흥미롭다. 1959년 9월 소련이 개발한 루나 2호가 처음 달에 도착했다. 루나 3호는 달의 뒷면을 최초로 촬영했다. 69년 7월 21일 아침 미국의 아폴로11호가 달에 착륙하고 그날 낮 닐 암스트롱이 처음 달 표면에 발을 디뎠다. 저자는 당시 아폴로11호 발사 생중계를 보기 위해 남산 야외음악당에 10만명이 모였고 신문들은 호외를 냈다며 “달 착륙과 같은 커다란 기술의 성과는 그 나라, 그 사회에 대한 다른 나라 사람들의 판단과 시선을 바꾼다”고 말했다.
달 탐사 같은 새롭고 놀라운 일을 하는 과정에선 이전에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 달 우주선에서 급작스러운 오류 상황을 대비하는 프로그램이 요구됐고, 그게 소프트웨어 공학의 탄생으로 이어진 게 대표적이다.
마지막 장은 다누리호 이야기다. 다누리가 가장 빠른 지름길보다 110만㎞ 이상 돌아가는 궤도를 선택한 이유, 달에서 탐사할 주제, 다누리에 실린 장비 등을 설명해준다. 다누리가 관측한 자료는 누구든 집에서 인터넷으로 볼 수 있게 공개될 예정이다.
“그런 열린 기회를 통해서, 미래에 더 많은 일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우리 다음 세대의 젊은이들, 어린이들이 마음속 깊이 품게 될 것이다. 그렇게 등장한 새로운 사람들의 지혜로부터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생각이 나와 세상을 더욱 좋은 곳으로 바꿀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달에 가야 한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