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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쳐오는 차이나 쇼크… 한국, 자신있게 돌파하라”

지난 3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바라보는 가운데 연설을 하고 있다. 펠로시 의장의 이번 대만 방문은 중국의 강력한 위협 속에서 강행됐고 미·중 간 긴장을 끌어 올렸다. 대만 총통부 제공




중국에 대한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이 농촌 문제와 노동자들의 저학력 때문에 ‘중진국 함정’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하는 ‘보이지 않는 중국’, 한국 내 중국 혐오주의를 비판하고 그 이유를 미국의 편에 서서 중국을 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짱깨주의의 탄생’, 중국이 1990년대부터 ‘미국 대체’라는 대전략을 일관되고 치밀하게 추진해 왔음을 밝히는 ‘롱 게임’ 등이 최근 몇 달 새 출간돼 주목을 받았다. 책의 초점은 각각 다르지만 시진핑 정권의 중국이 그동안 축적된 힘을 본격 사용하기로 결심했고, 이것이 기존 세계질서와 글로벌 시스템을 뒤흔들기 시작했다는 인식이 공통적으로 깔려 있다.

중국 전문가 한청훤은 미·중 갈등, 중국의 산업 굴기, 시진핑의 중국몽, 대만 충돌 가능성 등 현재의 중국 문제가 한국에는 “지정학적 대지진”이라며 이를 ‘차이나 쇼크’라 부른다.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은 중국에서 유학하고 중국 기업들과 일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 관련 시평들을 발표해온 그의 첫 책이다. 그는 중국의 국력이 지금보다 강화돼 산업적·안보적 측면에서 한국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고, 중국이 미국과 맞먹거나 미국을 능가하는 국력을 갖추는 데 성공할 수도 있고, 중국이 내부적 문제 해결에 실패해 주저앉을 수도 있고, 시진핑 정권이 국가적 야심과 정권의 이해관계 때문에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다면서 어떤 경우든 한국에게는 쇼크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차이나 쇼크 중 두 가지에 특히 주목한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와 대만 통일이다. 중국은 미국의 경제 패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반도체 자립을 필수로 보고 반도체 굴기를 추진 중이다. 이것은 한국 경제의 기둥인 반도체 산업과 직결되는 문제다. 저자는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안보에서도 핵심이라고 본다.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가 없으면 중국의 IT 전자 산업 전체가 사실상 멈추게 된다. 반도체 산업은 미래에 미·중 신냉전 한가운데서도 한국의 평화와 번영을 지켜주는 버팀목이 되어줄 공산이 크다.”

중국의 대만 통일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전쟁이 난다는 의미일 수 있다. 여기에 한국이 끌려 들어가지 않을 도리가 없다. 대만 문제는 단순히 지정학적 패권 문제로 볼 게 아니다. 저자는 대만 문제가 반도체 산업 쟁탈전이며, 시진핑의 장기집권 명분임을 자세히 조명한다. 현재 세계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어려운 10나노 이하 선폭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회사는 대만의 TSMC와 한국의 삼성전자, 두 회사밖에 없다. 그래서 대만 반도체 산업에는 미국 첨단산업의 명줄이 달려 있고 중국의 반도체 굴기 야심이 달려 있다.

저자는 또 “시진핑의 권력은 대만 통일이라는 중국 인민과의 공약으로 실현되고 유지되는 것이며, 이 공약이 지켜지지 못할 경우 시진핑 권력은 즉시 붕괴될 개연성이 높다”면서 “시진핑의 세 번째 임기인 2023년에서 2027년 사이에는 대만을 어떻게 해서든 굴복시켜야 한다”고 본다.

중국이 패권적 태도로 돌아선 것에 대해 조급증의 발로일 수도 있다고 분석한 것은 신선한 관점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농촌 문제와 후커우(호적) 문제, 인구 감소, 노령화 등 중국 내부 문제를 깊게 짚어낸다. 특히 부채 문제가 심각하다. 저자는 중국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국유기업의 부채 규모를 합하면 중국 전체 GDP의 240%에 육박한다고 추정한다. 국가 파산 직전까지 간 그리스의 국가 채무도 전체 GDP의 200%를 넘은 적이 없었다.

저자는 마지막 4부에서 차이나 쇼크에 대한 대비를 논의한다. 먼저 탈냉전 시대가 끝났음을 인식할 것을 주문한다. “좋은 시기는 사실상 끝났다. 2022년을 기점으로 탈냉전 세계화가 끝나고 신냉전이 확실히 도래했기 때문이다. 신냉전은 유럽에서는 러시아와 미국 및 유럽 동맹과의 충돌로, 동아시에서는 중국과 미국 및 아시아 동맹들 간의 충돌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이 더이상 약소국이 아니라 ‘지역 강국’이라는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그는 신냉전 상황에서 중국은 더 어려워졌고 한국의 전략적 가치와 위상은 향상됐다면서 자신감을 갖고 대응할 것을 주문한다. 구체적으로는 한·중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지 않도록 관리해 나가면서 아세안, 인도와 교역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는 일을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고 제안한다. 한·일 간의 획기적 관계 개선 역시 차이나 쇼크와 관련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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